정보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 고급인력이 대량으로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높은 급여와 좋은 연구환경을 찾아 주로 미국의 첨단기술 기업으로 발탁되어 간다는 것이다.인력 해외진출은 경제 및 시대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을 지니고 있다. 적당한 선에서의 우리 고급인력의 해외진출은 궁극적으로 수준 높은 선진기술을 습득하여 국내산업과 기술발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첨단분야 두뇌유출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당장 우리 산업발전에 부정적일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동안 굴뚝 산업분야의 대량해고로 인한 실업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보통신을 필두로 한 첨단 벤처 분야는 인력이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첨단분야의 고급인력 유출은 우리의 장래 유망산업인 벤처산업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식산업의 핵심 자원인 고급두뇌가 자기나라의 직장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떠난다는 것은 벤처를 포함하여 우리 첨단산업 환경이 실제 와는 다르게 과장되어 있지 않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 정부의 고급인력 수급정책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근거한 탁상공론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정보화 및 급속한 세계화 속에서 애국심에 의존하여 고급두뇌가 국가나 국내기업에 봉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지식노동자를 국내에 정착하게 하는 유인은 그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좋다고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며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조건만 허락하면 국내에서 보람되게 살고싶어 하는 고급두뇌가 많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도 고급인력 정착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
지식 노동자들을 정착시키는 것은 반드시 돈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분위기가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 보다는 정치와 연줄에 휘둘리는 직장 분위기,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의 성과만 요구하는 계약직의 불안감, 자녀교육에 대한 자신감 상실 등 지식 노동자들이 마음 붙일 곳이 없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지도층부터 자녀를 미국대학에 보내고 그곳에서 높은 연봉 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풍조가 만연하다.
21세기를 지식산업 시대라고 하면서 지식인을 쫓아내는 사회가 무슨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정부 기업 사회가 모두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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