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오영호(41)씨는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중학교만 나왔지만, 성실 하나로 일궈낸 지금의 삶에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3년전 초등학생 외동딸의 한마디가 그의 자긍심을 산산이 부숴 놓았다."아빠가 창피해요."
오씨는 그 때부터 청주고 부설 방송통신고에서 주경야독(晝耕夜讀), 18일 마침내 고교졸업장을 받았다. 게다가 전문대 자동차과 야간과정에 합격, 3월부터 어엿한 대학생이 된다.
같은 날 전국 40개 방송고에서 졸업장을 받은 4,229명은 모두 오씨와 같은 감격을 누렸다.
66세나 된 배양자 할머니, 현직 구청장이면서도 뒤늦게 못배운 설움을 푼 김홍섭(52)씨, 뇌성마비 장애인 김성태(21)씨 등..
하지만 정작 올해로 25년째 이런 감격을 안겨준 방송고의 현실은 우울하다.
"방송고라는 게 아직도 있나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 것은 둘째치고, 교육청 등에서 지원받는 운영비는 시간당 2만원 수당 주기도 벅차 교사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매년 제자리걸음 예산에 내년부터 실시되는 7차교육과정용 교재개발은 꿈도 못꿀 정도.
결국 서울 용산고 부설 방통고가 지난해부터 학생모집을 중단했고 이런 사정이 계속되면 앞으로 몇 개의 학교가 더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중졸학력 성인은 줄잡아 350만명. 한국교육개발원 임두순 박사는 "이런 식의 방송고 소외가 계속되면 더 이상 주경야독의 신화도, 오씨와 같은 감격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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