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 철강업계에 '유럽연합' 업체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프랑스의 유지노와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 스페인의 아체랄리아 등 유럽 메이저 3사는 19일 합병을 공식 선언, 세계 최대 철강업체 자리에 올랐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게 될 통합회사의 연간 조강능력(1999년말 기준)은 유지노 2,220만톤, 아르베드 1,200만톤, 아체랄리아 1,000만톤을 합친 4.500여만톤에 달한다.
이는 현재 세계 1, 2위를 달리는 포항제철 2,650만톤과 일본 신닛테츠 2,430만톤의 거의 두배 수준으로, 8억3,000만톤인 전 세계 생산량 중 6%를 차지하게 된다.
합병의 배경은 철강 주요 수요국인 아시아와 러시아의 경기침체로 인한 재고급증과 이에 따른 가격폭락. 여기에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민영화 바람이 합종연횡을 부추겼다.
지난해 세계 철강수요 증가세는 2%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공급은 그 수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회사의 남은 과제는 상이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3개 회사를 화합시키는 것과 예상되는 대규모 인원감축에 따른 정치적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97년 아르베드가 아체랄리아의 주식 35%를 인수할 당시 노조의 동의없이 5년간 해고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 아직 유효해 종업원 10만명 이상이 될 통합회사가 '군살빼기' 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규정 등 법적으로는 합병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계 철강업계는 워낙 많은 업체들로 시장이 분산돼 있어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통합회사 역시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전체의 6%에 불과하다.
철강업계는 상위 10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5% 정도로 다른 업종에 비해 독점의 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3사가 스테인레스 부문을 제외하고는 중복되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며 "구조조정, 재고관리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연간 8억 2,200만달러의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다.
한편 포항제철은 "국내업계의 유럽시장 의존도가 지난해 연간 생산량의 4%(15만톤 내외)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다" 며 "신닛테츠, 중국의 바오산(寶山)철강과 맺은 포괄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화에 대응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회사의 가격경쟁력 우위가 예상돼 반덤핑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업계로서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난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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