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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토종희망 보여준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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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토종희망 보여준 박지은

입력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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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랜만에 바둑계가 떠들썩했다. 이창호 9단이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4회 잉씨배에서 우승,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기전인 잉씨배 창립 이래 지금까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 한국 기사들이 잇달아 우승하는 대기록을 수립했기 때문이다.한데 이창호의 잉씨배 우승 소식에 슬그머니 묻혀 지나가고 말았지만 이날 한국기원 1층 바둑 TV스튜디오에서는 또 하나 중요한 대국이 벌어졌다. 제2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 최종국,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아 9단과 '여전사' 박지은 3단의 대국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의 여류 최강 루이를 상대로 겁 없는 신예 박지은이 선전, 1승 1패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마지막 한 판으로 세계 바둑 '퀸'의 자리를 결정짓는 자리였다.

지난해부터 루이가 한국기원 소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이기든 한국의 우승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바둑계는 은근히 박지은 편이었다. 박지은이 우승할 경우 토종 한국 여자 기사가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록이 수립되기 때문이다. 바둑TV 해설자인 윤기현 9단도 거의 노골적으로 박지은을 응원하는 듯한 분위기.

이 같은 '범국민적'성원에 힘입어서인지 대국 초반에는 박지은의 일방적 우세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두 기사의 투혼이 격돌, 엄청난 대마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루이의 완력을 견디지 못하고 박지은의 대마가 횡사하고 말았다. 이로써 루이가 또 다시 흥창배에서 우승, 여류 최강임을 과시했지만 이번 결승 3번기를 통해 박지은이 보여준 기량은 정말 놀랄 만했다. 그동안 한국 여류 기사들에게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세계 여류 최강과의 거리가 사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비록 승부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패했지만 바둑 내용면에서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초반부터 대세를 압도해 나가는 솜씨는 '여자 유창혁'이라는 별명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비록 노련미가 다소 부족해서 뜨거운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승부를 서두르다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은과 루이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기사는 현재 여류 명인전 도전기에서도 1승 1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 26일로 예정된 여류 명인전 도전 3번기 제3국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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