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치개혁 차원에서 폐지됐던 지구당 유급직원제가 슬그머니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퇴행'은 여당인 민주당이 깃발을 들고 있다.민주당은 "현실의 위법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명분을 댄다. 유급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한 후원회를 활용, 지구당 사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의원 보좌관들로 하여금 지구당을 관리토록 하는 변형과 파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론'의 뒤켠에는 정치권 특유의 뻔뻔함이 배어있다. 민주당은 15대 국회에서 정치 개혁을 추진하면서 '돈 안드는 선거,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 청산' 등을 명분으로 아예 지구당을 없애 버리고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폈다.
선거구제를 둘러싼 정략적 힘겨루기끝에 소선거구제와 지구당 제도를 존속키로 하고 상징적 대체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지구당 유급직원제 폐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1년만에 정반대로 돌아서 "비현실적 입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대는 여당이 메고 있지만 야당도 내심 이와 다르지 않다.
법은 정치권의 편의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수 있는게 아니다. 바꿀 명분이 분명해야 하고 국민의 이해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구당 유급직원제는 정치권의 이익과만 일치한다. 지구당 운영재원은 국민의 혈세에서 지원되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비대한 조직은 줄이고 기능은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서 일까. 정치권은 사회 각분야의 '구조조정'을 외치면서도 스스로는 '조직확대'에만 열을 올리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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