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살던 곳에서마저 쫓겨나 길에 나앉게 생겼으니 어쩌란 말입니까."18일 인천 대우차 부평 공장 파업 현장에 모여든 50여명의 정리해고자 가족들은 저마다 "이럴 수가 있느냐"며 절규했다.
두 아들(9ㆍ3살)과 함께 나온 정순희(鄭順姬ㆍ34ㆍ여)씨는 "16평짜리 직원 임대아파트에서 어렵지만 희망을 갖고 살아왔는데 그마저도 빼앗겨 버렸다"며 "최소한의 살길도 마련해 주지 않고 이런 식으로 해고를 하면 그냥 다 죽으란 말이냐"고 울부짖었다.
10개월 된 아들을 업고 나온 김모(29ㆍ여ㆍ인천 부평구 산곡동)씨는 "설마 했는데 어제 해고 통지서를 받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몇 개월간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며 버텨왔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딸(10ㆍ5살)의 손을 잡고 나온 임윤옥(林允玉ㆍ38ㆍ여ㆍ산곡동)씨도 "임금체불로 그 동안 생긴 카드 빚만도 수백만원"이라며 "힘없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와 회사의 처사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가슴을 쳤다.
18년간 근무했다는 전남호(全南鎬ㆍ42ㆍ조립1부)씨는 "어제 오전 해고 통지서를 받아 들고 집사람은 몸져 누웠다"며 "정부와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일을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고, 16년 경력의 같은 부서 정모(38)씨는 "열심히 모아 아파트 분양계약까지 했는데, 이제 모든게 끝나버렸다"며 "직원 임대아파트 105세대의 해고자들은 이제 다들 갈 곳도 없다"고 허탈해 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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