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8일 1994년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 폐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과거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의혹을 부각시켰다."세무조사 자료가 폐기됐다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도쿄(東京) 발언으로 불거진 전 정권의 세무조사 결과 축소ㆍ은폐 의혹이 입증되는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
그대신 한나라당이 언론분석 문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출처 불명의 괴문서는 국정조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서가 폐기됐다면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을 위한 협박용 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슨 일만 있으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나라당이 유독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문서 폐기가 있었다면 정권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당시 집권세력으로서 언론사 세무조사 실시 의도와 결과 등을 낱낱이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도 "세무조사 자료가 폐기된 것을 확인했으며, 정권 인수기를 전후해 폐기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문서 폐기 여부에 대해 분명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한나라당은 94년 언론사 세무조사자료 폐기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자"고 맞서면서도 국정조사 요구에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는 양 갈래 대응을 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8일 "무슨 근거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선 검찰 수사로 세무조사자료의 폐기 여부부터 확인한 후 의혹이 있다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국조요구는 현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에 대한 야당 공세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맞불 놓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 권 대변인은 "구 여권 관계자들을 불러 한바탕 정치적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기배(金杞培) 총장은 "의혹이 있다면 검찰 수사로 밝혀내면 될 일"이라며 "총리 등이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한 것을 놓고 여당 총무가 다시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창화(鄭昌和) 총무도 "총리가 허위답변을 했는지, 여당 총무가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무슨 대단한 비밀문서라고 대통령이 폐기하라 마라고 했겠느냐"며 YS 관련설을 부인한 뒤 "코너에 몰린 여권이 우리를 끌고 들어가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국세청 "안정남 청장만이 알것"
국세청은 '94~96년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 폐기'와 관련,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의 폐기시점 및 배경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안정남(安正男) 청장만이 말 할 수 있다"며 "안 청장이 19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게 되어있으니 거기서 어떤 식으로든지 국세청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 과정의 세금고지서 외의 부속자료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사에 부과된 추징금액 결의서와 수납내용이 징수계 수납자료부 등 국세청 어딘엔가 처리사항이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세무조사 자료가 조사과정중 작성된 비망록 형식의 메모나 개별 조사결과 보고서일 경우 5년이란 보존기간과 관계없이 추징금을 결정한 후 폐기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5년 시효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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