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쿨리지 미국 대통령(1923~29) 부부가 농장을 시찰했다. 쿨리지 여사가 '짝짓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한 수탉을 지켜보다 안내 농부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기 계신 각하에게 여기를 꼭 보라고 전해 주세요." 전후사정을 들은 대통령이 농부에게 물었다. "그 수탉이 한 마리의 암컷하고만 그런다는 말인가." 이에 농부가 "물론 아닙니다. 매번 바뀌지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여사에게 전하게."
■이런 실제 일화를 차용해 이른바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라는 유명한 학술용어가 탄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새로운 암컷에게 신선한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종족번식의 본능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유전자적 행위'라는 이론이다.
이처럼 생물의 모든 행위는 이미 내장된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고 보는 학문이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다.
■사회생물학의 극단론에 이르면, 인간은 한낱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DNA)가 자신을 영원불멸의 존재로 이어가기 위해 인간이라는 한시적 전달매체를 창조ㆍ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남긴다'는 말이 된다. 전쟁과 자선 등 모든 사회적 행위를 이런 관점에서 보는 사회생물학은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창시되어 인류 정신사조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게놈 지도 완성으로 인간의 유전자 비밀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되고 있다. 우생학적으로 완벽한 '신인류'의 창조가 더 이상 허튼 공상이 아니게 됐다.
반면 불의의 악성 돌연변이가 나타날 위험성도 걱정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바로 유전자를 조작해 우량이든 악성이든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더라도 그것이 인류의 지배적 특성으로 자리잡는 데는 최소 반만년이 걸린다 하니 한숨이 놓인다. 그 정도면 인간이 아닌 신의 세월이기 때문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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