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산에서 탔다고?" 22세기에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런 대화를 주고 받을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다음 세기에는 스키장이 더 이상 산악지대가 아니라 극 지대의 빙하로 바뀔 수도 있다.그나마 빙하는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에 더해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는 존폐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스키협회 국제부직원 류제훈씨는 올들어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시리즈가 현지 눈 사정으로 연기또는 취소됐다는 주최측의 메일을 여러 번 받았다.
2001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고 있는 폴란드 자코파네에선 기온상승으로 눈이 녹아 한국스키선수들의 훈련이 취소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때마침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스키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우려가 100년쯤 뒤에는 실제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세계선수권 여자복합경기(활강+회전)서 금메달을 딴 독일의 마르티나 에르티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 자손들은 우리처럼 스키를 타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오스트리아 기상청의 라인하르트 뵘씨는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대로라면 다음 세기에는 평균기온이 섭씨 1~4도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수 천년 간 이런 전례가 없었다. 고도가 낮은 지역의 스키장은 더욱 걱정스럽다.
세계스키연맹의 지안 프랑코 카스퍼 회장은 "50년간 섭씨 1도 상승하면 해발 1,500m 이상의 스키장들만 눈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4도가 올랐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한다.
평균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면 스위스 스키장의 3분의 1이 문을 닫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인공눈도 기온상승 앞에서는 맥을 출 수가 없다.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눈이 개발된다 해도 환경과의 마찰은 피하기 어렵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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