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붐비던 곰탕ㆍ설렁탕 집이 썰렁하다. 소고기는 쓰지 않는다고 써 붙인 음식점도 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도 꺼림칙한 것이다.소고기 소비량이 뚝 떨어지자 농림부장관이 불안해소 캠페인에 앞장서 국산 소고기 먹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효과 여부는 글쎄다.
불안이 저절로 진정되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겠지만, 소비 대책 보다는 광우병을 막는 축산 정책에 전념하는 모습이 소비자 신뢰회복에 오히려 도움 될 것으로 본다.
■광우병 재난의 진원지 영국의 경험을 보자. 1990년 존 감머 농업장관은 광우병이 사람에 무해하다는 정부 판단을 입증하기 위해, 4살 된 딸에게 비프버거를 먹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언론의 시비에 맞선 행동이었고, 광우병의 인체 유해성은 96년에야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조사청문위원회는 감머 장관의 용기는 정부의 그릇된 대응을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을 정책판단의 토대로 삼은 게 가장 큰 잘못이란 지적이다.
■독일 정부의 대응은 한층 교훈적이다. 레나테 퀴나스트 소비자보호ㆍ식품ㆍ농업장관은 그제 축산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핵심은 영국 조사위원회가 광우병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한 대량ㆍ밀집형 사육의 단계적 퇴출이다. 대신 항생제 투여금지 등 무공해 유기축산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소를 소답게'키우자는 이런 대전환은 소고기 생산과 소비를 크게 줄여야만 한다. 설마 하겠지만, 유럽연합(EU)도 이 방향으로 축산정책의 가닥을 잡고 있다.
■유럽의 '축산혁명'은 소고기 가격체계와 소비패턴을 크게 바꿔, 미국 등 대량사육ㆍ수출국들과 심각한 무역분쟁을 낳을 전망이다.
이런 흐름을 외면한채 우리 정부가 국산 소고기의 안전만 강조하는 것은 당장 소비대책에만 신경 쓰는 단견이다.
축산 농민을 돌봐야 하지만, 국민건강 보호는 훨씬 중대하다. 독일 농업장관이 이해가 충돌하는 소비자보호ㆍ식품정책까지 맡는 것은 시사적이다. 우리 전문가들과, 특히 소고기 먹기 캠페인에 동참한 소비자 대표란 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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