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어린시절도 그럴듯한 것만은 아니다. 추억이라기 보다 '과거'로 치부하고 싶은 그런 기억을 굳이 들춰내는 상황에 처한다면. 볼품없는 어린시절의 자신과 만나야 한다면.'키드'(Disney's the kid)는 뚱뚱하고 지저분하며 못난 8세 때의 자신을 만난, 중년 남자의 이야기이다. 러스 듀리츠(브루스 윌리스)는 세상 모든 일이 척척인 성공한 이미지 컨설턴트이다.
그러나 러스티라는 애칭이 쓰여진 모형 비행기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두고 간 줄 알았던 이 비행기의 주인은 8세 된 꼬마 러스티(스펜서 브레슬린). 캘리포니아의 저택에 침입한 바로 32년전 자신이다.
꼬마는 그의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나이 마흔에 아내도, 개도 없는 게 나의 미래라고? 내가 낙오자 (loser)가 된다고."
서양에서 'loser'란 가장 치욕적인 욕 중의 하나다. 러스티가 정의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란 '남에게 거짓말하는 버릇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러스는 궁금해 한다. 대체 이 꼬마는 왜 나에게 온 것일까. 32년전 생일날 러스티는 가장 치욕적인 순간을 맞이했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같은 학교 말썽꾸러기들과 일전을 겨루어 치욕을 맛보았던 것이다.
러스티는 그래서 나타났다. 혹시 그가 인생의 다른 물꼬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할리우드 영화들이 최근 부쩍 '가족애'를 강조하기 시작한다. '키드'(감독 존 터틀타웁)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가족을 가진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족주의를 말하는 방식은 언제나 한결같이 잃어버렸던 소년기, 혹은 청년기의 순수를 찾자는 식이어서 흥미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이 하드'의 강성 이미지를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등 세련된 심리극으로 극복했던 브루스 윌리스가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