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교사이자 시집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장승이 너무 추워 덜덜덜'(푸른숲 발행)은 아랫목에서 귀 기울여 듣던 바로 그 옛날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구수한 구비문학의 절정이다.
책에 실린 7개 이야기 중 '장승이 너무 추워 덜덜덜'을 보자. 옛날 한 가난한 선비가 추운 겨울날 덜덜 떨고 있는 장승에게 베를 덮어 씌어주고, 이 사실을 안 사또가 갸륵히 여겨 선비를 마을의 훈장으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저자의 말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베 사세요'하는 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굶어도 일하면 안 되는 선비 체면에 장바닥에서 소리칠 수가 없었거든."
"그 후로 선비는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며 훌륭하게 잘 살았대. 선비나 사또나 모두 멋진 사람들이지?" 컴퓨터 게임에 정신 없는 아이들이라도 당장 모여들 것만 같다.
김용택 글, 이형진 그림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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