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에 대한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지원조치가 결국 미국 의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얼마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지명자가 의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해 우리의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에는 '우려' 정도가 아니다.최악의 경우 터무니없는 보복 조치까지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의 일부 상원 의원들이 현대전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문제 삼아 비난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은 물론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불법적' 운운하며 즉각적 시정조치까지 촉구한 것은, 아무리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도 너무 일방적이며 자의적인 처사다. 관련 규정과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된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결의안은 산업보조금과 관련된 세계무역기구(WTO)협정,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정부간의 합의사항 등을 들먹이고 있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결정적 판단기준이 되는 '특정성' '특혜성' '불가피성'측면에서 무엇보다 논란의 여지가 많다. 최근 IMF측이 이와 관련해 한국측의 손을 들어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내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취해진 금융조치를 국제적인 산업 보조금 문제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사태의 추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결의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제출'사실만으로도 한국에 주는 압박과 상징적 효과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미 의회나 행정부가 통상압력의 수위를 높일 경우 우리로서는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만의 하나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에는 청문회 개최, WTO 제소, 직접적인 보복조치 등 감당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선 미 의회와 WTO 등을 상대로 회사채 인수조치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주지시키는 데 최대한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국제적인 관련전문가 확보, 객관적인 논증자료 수집 등 입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차제에 당국이 반성할 대목도 있다. 회사채 인수조치에 앞서 WTO측에 정책취지를 이해시키는 '사전통보'등의 세심한 대비책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미 의원들의 결의안 제출도 사전에 전혀 낌새 채지 못했다고 하니 당국은 그 동안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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