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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의서 변질 논란 '돈세탁방지법' 껍데기만 남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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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의서 변질 논란 '돈세탁방지법' 껍데기만 남을판

입력
2001.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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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의 세탁행위를 막기 위해 입법추진중인 자금세탁방지법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강도가 크게 약화해, 변질논란을 빚고 있다.1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전날 '특정금융거래보고법'과 '범죄수익규제법' 제정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처벌대상범죄를 일부 축소하고, 금융기관의 혐의거래 보고의무도 완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손질했다.

여야는 당초 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중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수렴을 하려면 최소 2차례의 공청회는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법안처리를 뒤로 미뤘으나, 결국 약속했던 공청회도 없이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국회 심의에서 수정된 부분중 가장 눈길을 끄는 조항은 자금세탁 처벌대상 범죄에서 '탈세'를 삭제키로 한 것. 당초 범죄수익규제법은 범죄단체조직, 도박장개장, 사기,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등 35개 중대범죄로 얻은 돈을 세탁할 경우 처벌키로 되어 있었다.

국회측은 "다른 범죄는 대상이 분명하지만 탈세는 고의든, 아니든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선별이 어렵고, 자칫 국민 모두의 금융거래가 보고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탈세는 국세청에서 단속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이 법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금융기관 직원의 보고의무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의해 금융기관 직원들은 중대범죄와 연루된 자금(혐의거래자금)이라고 판단되면 신설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보고토록 되어있다.

때문에 탈세를 처벌대상 범죄에서 삭제하면, 결과적으로 금융기관 직원은 탈세자금인 것을 알더라도 보고의무가 없어져, 묵인하고 넘어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당초 법 제정과정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자금세탁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데 이어 탈세까지 삭제함에 따라, 법조계나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 법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는 또 당초 법안에는 '금융기관 직원이 의심가는 혐의거래는 모두 보고'토록 되어있던 것을 '불법자금이라고 생각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혐의거래만 보고'토록 사실상 보고의무를 완화했다.

혐의거래 유형도 '포괄주의'에서 일일히 형태를 시행령에 명시하는 '열거주의'로 변경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범죄자금의 빠져나갈 구멍을 넓게 열어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편 금융기관직원이 보고해야 할 혐의거래의 기준금액은 외화는 1만달러, 원화는 5,000만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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