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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타까운 '묻지마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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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타까운 '묻지마 창업'

입력
2001.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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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별 다른 욕심 없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원금의 절반을 까먹은 지금은 완전히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이모씨는 퇴직금에 은행대출금까지 얹혀 시작했던 서울교대앞 일식집을 이달 초 헐값에 넘기면서, 20년간 일해왔던 건설회사를 등져야 했던 지난해 봄의 '허탈함'은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국제금융기금(IMF)체제 당시 고액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창업붐이 일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목 좋은 곳에 가게 문을 열어놓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창업했기 때문이다. 소위 '묻지마 창업'을 한 것이다.

최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액 퇴직자들이 쏟아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창업붐이 다시 일고 있다.

그러나 성공했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모씨는 많은 실패자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실패의 원인은 경험미숙과 아이디어부족.

"승진에서 미끄러진 적이 없었고 회사도 늘 업계 1ㆍ2위를 다퉜죠. 음식점 쯤이야 그냥 문만 열어두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소자본창업은 '퇴직금 재테크'가 아니다. 창업은 시장의 모든 돌발 변수를 계산해야 하는 '경영'이고, 창업자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확신'의 월척을 낚아 올려야 하는 경영자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소점포가 문을 열고 닫는 '생존의 밀림'에 너무나 '순진한' 생각으로 뛰어 들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예비창업자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박은형 경제부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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