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연이은 폭설이 채 녹기도 전에 들이닥친 2월 기습폭설로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 전체가 또다시 눈 속에 속수무책으로 갇혀 버렸다.15일 새벽부터 시작된 눈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폭설로 변했다.
더구나 당국의 제설작업도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서울 등 수도권 출근길에서는 올 겨울들어 최악의 교통난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각 직장과 학교마다 무더기 지각사태가 빚어졌으며, 심지어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선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 때까지도 사무실에 도착하지 못해 아예 출근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 서울 교통대란
출근시간에 즈음한 때부터 서울 도심도로에서는 곳곳에서 차량들이 헛바퀴를 돌며 중앙선을 넘었고, 멈춰 선 차량행렬이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오후 3시께 만난 택시기사 김모(47)씨는 "차선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데다, 눈보라 때문에 시야도 ?십m밖에 안돼 도저히 운행할 수 없는 여건"이라며 "동료기사들과 상의해 다들 영업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출근한 직장인들도 대부분 차를 놓아두고 퇴근, 밤 늦게까지 지하철역마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경기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이날 오전 8시30분께 이천시 증포동에서 시내버스와 무쏘승용차가 정면충돌,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등 도처에서 하루종일 눈길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 공항도 다시 몸살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발 부산행 KE1123편부터 오후 6시까지 130편의 국내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오전 9시50분부터 49편의 국내선 항공편을 결항시켰다. 이로 인해 제주, 김해 등 지방공항에서도 연쇄 결항사태가 이어졌다.
국제선도 주기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오후 1시부터 착륙이 전면 금지돼 일본 나리타 공항발 JAL951편 등이 회항했으며, 출발도 3~4시간씩 지연됐다.
▦ 갖가지 설난(雪難)
졸업식들도 엉망이 됐다. 한양대 일대는 하루종일 뒤엉킨 차량과 종종걸음 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뤄, 부산에서 아들의 졸업축하차 상경한 박모(53)씨는 "기념사진은 커녕, 예약해놓은 음식점에도 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이들도 '귀가난'을 겪었다.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은 일일이 부모들에게 전화해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고 부탁하는 등 하루종일 분주했고, 서울시내 초등학교 앞은 우산을 들고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엄마들로 붐볐다.
또 이날 오후 3시 배구 슈퍼리그 3차대회 첫 경기가 잡힌 삼성화재팀 선수들은 2시간 30분전 용인 숙소를 출발하고도 도저히 제 시간에 대지 못할 것 같자,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모두 버스를 하차, 경기장까지 30여분을 뛰었다.
이밖에 서울시내 대형호텔이나 기업 등에서 예정됐던 동문회, 기업설명회 등의 각종 행사들도 "참석자들이 제대로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모저모
○ 외출한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 각 통신업체마다 통화량이 최고 50% 가까이 늘어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불통 사태까지 일어났다.
또 대형호텔이나 기업 등에서 예정됐던 동문회, 기업설명회 등의 각종 행사들도 "참석자들이 제대로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다.
○오후 2시 배구 슈퍼리그 3차대회 첫 경기가 잡힌 삼성화재팀 선수들은 2시간30분전 경기 용인 숙소를 출발하고도 버스가 눈길에 묶이자 강남구 일원동에서 하차, 잠실학생체육관까지 30여분을 뛰어 간신히 시간에 댔다.
그러나 오후 7시 안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창원LG와 안양SBS 전은 폭설에 따른 도로통제 등으로 결국 취소됐다.
○방송사의 생방송 프로그램들도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차질이 빚어졌다. 낮 12시20분에 시작되는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경우 정지영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을 맡는 등, 각 방송사마다 아나운서들을 대기 시켰다가 '비상상황'에 긴급 투입했다.
/이범구기자 lbk@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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