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명상과 구도(求道)의 나라, 인도다. '에스닉 푸드(ethnic foodㆍ제3세계 음식)'붐을 타고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에 이어 인도 요리가 식당가의 인기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본토박이 주방장을 내세운 미술관 레스토랑부터 커리전문점과 카페, 패스트푸드점에 이르기까지 정통 인도 스타일을 보여주는 전문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고 특급호텔에선 인도요리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지난 해 하얏트 호텔이 탄두리(인도식 황토 화덕)를 이용한 인도식 바비큐 축제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웨스틴 조선 호텔이 인도 행사를 마련했다.
조선호텔은 인도 서부 라자흐스탄 지역의 왕실 조리장 3명을 특별 초청해 17일까지 뷔페식당 '카페로얄'과 '오킴스', 코엑스 컨벤션센터의 '비즈바즈 레스토랑'등에서 '인도 왕실요리 축제'를 동시에 열고 있다.
주 메뉴는 서부 인도의 전통 빵 '풀카'를 비롯해 향이 짙은 양고기와 닭고기, 채식주의자들에게 어울리는 콩요리와 인도식 요구르트 등 20여 가지. 왕실 무용수들의 전통 춤과 피리를 불어 뱀을 불러내는 '스네이크 차머' 공연 등 인도의 정취를 한껏 살린 이벤트까지 곁들여 손님을 끌고 있다.
▲ 인도엔 커리가 없다?
인도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리. 하지만 실제로 인도에서는 '커리'라고 불리는 요리가 없다. 커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도의 향신료 중에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을 배합해 만든 서양식 양념.
우리에게 친숙한 인스턴트 커리는 이를 다시 일본인들이 변형해 대중화한 것이다. 요즘 식당가에 소개되는 인도 음식들은 소스만 해도 단순한 커리가 아니라 나무 뿌리나 껍질, 잎, 열매 등을 건조해 빻아 만든 다양한 인도식 향신료를 주로 쓰는 것이 특징. 본토 맛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신세대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는 탄두리 음식. 24시간 동안 계속 숯불에 달군 탄두리에 양이나 소, 닭고기, 해물을 꼬치에 끼워 바비큐 스타일로 구워내는데 담백한 훈연의 풍미가 우리 입맛에 잘 어울린다.
굽는 재료는 요구르트와 고추, 정향, 계피 가루로 양념하기도 하고 우리식 된장에 해당하는 소스 '마살라'에 버무리기도 한다.
탄두리 움식은 밀가루에 물과 소금만 넣고 얇고 평평하게 빚어 탄두리에 구워내는 인도식 빵 '난'과 함께 먹는 것이 제격.
이 밖에도 찻잎에 우유와 설탕을 섞어 먹는 인도 홍차 '차이', 요구르트에 설탕과 물을 넣어 청량음료처럼 마시는 '라시'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별미.
▲ 정통 인도 음식 맛볼 수 있는 곳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 식당하면 인도나 회교국가의 주한 대사관 직원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이태원의 '아쇼카'(02-792-0117)나 '타지마할'(749-0316) 정도가 전부였지만 최근엔 일반 고객을 겨냥한, 젊고 세련된 감각의 식당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젊은 층에 인도 음식붐을 일으킨 선두주자는 압구정동의 '강가'(3444-3610). 매콤하게 맛을 낸 1만 4,000원 대의 탄두리 치킨요리로 유명하다.
최근엔 청담동에 분점(543-3611)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안에 1월 말 문을 연 '달'(736-4627)은 인도 출신 요리사 4명이 수십 가지 향신료를 즉석에서 배합해 맛을 내는 커리 요리부터 진한 풍미의 탄두리 요리까지 인도 북부의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분위기나 음식 맛이 이와 유사한 압구정동의 '부카라'(545-9889)도 신세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정통 인도 레스토랑이다.
종로 3가 옛 국일관 자리에 들어선 '봄베이'(3406-9089)는 1,000원에서 5,000원대의 인도식 패스트푸드를 취급하고 있고, 인사동의 '작은 인디아'(730-5528)는 간단한 인도 스낵과 차, 압구정동 '델리'(546-3100)는 향과 맛이 가지각색인 커리 메뉴로 유명하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