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도 여성의 최고 미덕은 아름다움이다. '어글리 우먼(The ugliest woman in the world)' 은 그런 세상에 대한 환멸이자 분노이다.세상에서 가장 추한 얼굴로 태어나 수녀원에서 자란 롤라(엘리아 가레라)에게 앞을 못 보는 늙은 수녀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 인간의 내면이야."
태어나자마자 간호사가 보고 기겁을 하고, 어릴 때 별명이 '괴물'이며, 그 때문에 외톨이가 되고, 사춘기 때 남자아이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스페인 최고의 남자 루이는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는 말의 여운도 사라지기 전에 얼굴을 보고 토한다. 그런 그에게 수녀의 말은 위안이 아니라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
롤라는 성형수술로 스페인 최고 미녀가 돼 루이를 유혹하는데 성공하지만 더 젊고 예쁜 여자가 나타나자 또 버림을 받는다.
SF와 스릴러를 뒤섞은 '어글리 우먼'(감독 미구엘 바르뎀)은 롤라의 미인 연쇄살인을 통해 육체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인간을 이야기한다.
롤라와 비슷한 추한 얼굴 때문에 가발과 틀니와 인조 안구까지 갖춘 형사 아리바(로베르토 알바레스)가 나오고, 남성의 시각적 쾌락의 도구인 미인대회가 중요한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미인대회에 출전했다가 수술 부작용으로 추녀로 되돌아온 롤라가 울부짖으며 총을 난사한다.
이쯤되면 페미니즘, 나아가 인간의 미추(美醜)개념을 근본적으로 저주하는 영화라고 추측하기 쉽다. 그러나 미인대회를 반대하는 여자를 정신병자로 몰고, 롤라와 역시 추한 남자인 아리바가 서로를 구원하는 것에서 '어글리 우먼' 은 철저히 반페미니즘적이다.
어설픈 특수효과에 롤라의 추한 모습과 결말을 과장하고 희화해, 그나마 초반 영화의 강한 맛을 희석시켜 버렸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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