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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드라마' 전원일기 1,0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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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드라마' 전원일기 1,000회

입력
2001.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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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최불암이 환갑이 되어 시청자를 만난다.서울 여의도는 여러 풍경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정치와 금융, 정보통신 등이 빠른 속도로 경쟁하는가 하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 가 20년째 제작되는 곳이다.

그 '전원일기' 가 국내 방송 사상 최장수 드라마를 기록하며 3월 4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 1980년 10월 21일 1회 '박수칠 때 떠나라' 편에 서른 아홉의 나이로 김회장 역을 맡아 등장했던 최불암은 이제 환갑이 되었다.

'전원일기' 가 고향의 느티나무처럼 오래 우리의 곁을 지킬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농촌 드라마라는 '전원일기' 가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새마을 운동 같은 계몽 드라마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곧 극중 무대인 '양촌리' 와 4대가 살아가는 김회장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원일기' 는 어려운 농촌 현실을 알려주고 따스한 농심을 끌어안는 상징이 되었다.

'전원일기' 에서 돼지값 파동으로 돼지를 땅에 묻는 농민의 분노를 보며 시청자들은 농촌현실에 뼈저리게 공감하며 TV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전원일기' 의 무대 '양촌리' 는 더 이상 농촌 현실을 반영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90년대 들어 농촌의 피폐상을 고발하는 내용을 방송할 때보다 편안하고 아늑한 농촌 풍경으로 가족의 정을 강조한 내용이 시청자의 반응이 훨씬 높았다.

" '전원일기' 를 12년간 집필했던 김정수씨의 증언은 '전원일기'의 성격변화와 장수비결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전원일기' 를 농촌보다는 서울 등 도시 사람들이 많이 보며, 고정 시청자 비율이 51%에 이른다는 방송진흥원의 지난해 조사결과는 이 드라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제 '양촌리' 는 모든 것이 변해도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모두의 고향이자, 언제나 편안함을 주는 농촌의 상징이다.

또 김 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하나의 이상적 아버지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일용엄니' '금동이' '복길이' 등 극중 인물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을 느낀다.

주창윤 서울여대 신방과 교수는 " '전원일기' 에는 현대인이 상실해가는 가족의 사랑이 있고 잃어버린 고향이 있으며 사람과 흙의 냄새가 있기에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50분간이나마 이미지로 존재하는 고향으로 마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고 말한다.

이 드라마에는 "농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드라마" "남성 우월주의가 엄존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의 진원지" 라는 비판도 따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혹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전원일기' 에는 여전히 존재 가치가 있다.

■드라마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전원일기

'전원일기' 는 농촌 드라마나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장르를 개척하고 자리잡게 한 드라마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쁜 호흡과 빠른 템포로 도시를 무대로 한 드라마 홍수 속에서 방향타 구실을 하고 있다.

갈수록 드라마가 자극의 농도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전원일기' 는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 삶의 진정성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게 하는 촉매제 기능도 하고 있다.

'전원일기' 의 권이상 PD는 "요즘 유행과 감각을 쫓는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지만 '전원일기' 는 한국적 정서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PD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고 설명한다.

■ 한국판 코로네이션 스트리트를 향하여

한 마을의 서민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상사를 그린 영국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Coronation Street)'는 방송을 한 지 41년째이지만 요즘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때 시청률 저하로 폐지 위기에 몰리면서도 1,000회를 맞는 '전원일기'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81년 김회장 댁으로 입양된 꼬마 금동이가 결혼을 해서 분가한 것 만큼이나 20년 4개월째 방송되는 '전원일기' 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차범석씨를 시작으로 유현종 김정수 현재의 김인강씨까지 '전원일기' 를 집필한 작가는 14명에 이른다. 김정수씨의 작가교육원 제자가 김인강씨다. 연출자는 초대 이연헌(아리랑TV제작 본부장) PD에서부터 13명에 달한다.

제작진만 바뀐 것이 아니다. 김회장 집의 옛날 부엌이 가스 렌지와 싱크대가 갖춰진 입식 부엌으로 변한 만큼 무대와 세트도 많이 바뀌었다.

'양촌리' 무대는 경기 양주군 일영면에서 양평군 강하면, 충남 청원군 문의면을 거쳐 현재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으로 바뀌었다. "농촌이 하루가 다르게 도시화해 농촌 분위기를 보존하는 동네를 찾다 보니 무대가 자주 바뀐다" 고 한다.

"젊은 날 보기 시작한 '전원일기' 를 자식들과 함께 오래도록 보고 싶다" 는 한 시청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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