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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싸이? 이름만큼 실력도 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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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싸이? 이름만큼 실력도 튀네

입력
200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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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싸이는 또 뭐야? 그들은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가수이다. 왁스는 이름없는 가수로, 싸이는 비속한 랩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왁스, "감정적인 노래가 좋아요"

'우연히 서랍 속에 숨겨둔 당신의 일기를 봤어요/ 나이가 먹을수록 사는 게 자꾸 힘에 겨워지신다고.알아요 내 앞에선 뭐든지 할 수 있는 강한 분인걸/느껴요 하지만 당신도 마음 약한 여자라는 걸.'

엄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엄마의 일기'를 들은 팬들은 울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해 듣다 보니 좋아하게 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경쾌한 가창력과 찡한 가사가 세대를 뛰어넘은 인기곡이 됐다. 이 노래를 부른 갓 왁스(조혜리ㆍ25)의 얼굴이 공개됐다. 이미 노래는 인기곡이 됐으나 얼굴은 낯설다.

'가수 양산' 시대에는 데뷔 방식도 이벤트로 만들어야 성공하나 보다. 대중은 노래 실력보다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보기 때문이다.

'왁스'는 영화배우 하지원과 공동 마케팅을 폈다. 처음 얼굴 없는 가수가 나오자 "하지원이 부른 것이다" "아니다"는 논란이 엇갈렸다.

하지원은 TV에도 두 번 나와 립싱크로 '엄마의 편지'를 불렀다. 그래서 왁스의 친구 중에는 그가 가수인지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처음엔 하지원이 부른 거 아닌데" 하며 속 상하기도 하고, 논란이 재미있기도 했다. 이런 '대타 마케팅'은 대중의 시선을 트릭으로 사로 잡으려는 상업적 전략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왁스도 또 하나의 기획가수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왁스가 노래를 꽤 잘 부르는 모던록 가수이자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이다.

타이틀 곡 '엄마의 편지'는 이정현의 '바꿔'를 만든 최준영의 곡이고, 요즘 10, 20대들이 좋아하는 '오빠'는 1980년대 마돈나와 쌍벽을 이뤘던 신디 로퍼의 사이키델릭 팝인 'She Bop'을 리메이크했다.

하지원 내세운 홍보

'눈길' '엄마의 일기'로 인기몰이

그러나 아련한 전자 기타음으로 시작하는 '딩딩'과 전통적 록반주의 여운이 깊게 남는 '잘 가'의 작곡자는 조혜리고, 조혜리는 왁스의 본명이다.

고교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도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밴드를 만들어 대학가 클럽이나 록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복고풍의 모던록이 왁스의 장기이다. "감성적인 노래가 좋아요, 지금보다 약간 더 하드코어적인 음악도 해보고 싶긴 한데. 진짜 목소리 하나로 강한 감성을 전달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풍부한 무대 경험은 앞으로 방송에서 라이브 가수로서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기획'에 의해 데뷔했으나, 일회성 가수가 아닌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전망이 밝은 유망주다.

●싸이, "위선·가식 벗어던졌어요"

"좋지만, 얄밉고 이쁘지만 열받게 구는 당신/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냐?/ 나 한순간에 새됐어.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20원짜리야.."(타이틀곡 '새')

싸이(PSYㆍ24)의 노랫말은 듣는 이를 당황스럽게 한다. 막상 욕이라고는 한 마디도 들어 있지 않지만 상당히 불량스럽다.

버클리서 대중음악전공

거침없는 가사로 화제

어둠침침한 뒷골목에서나 뱉어낼 단어들을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놈의 자식들 혼~날라구''어쩌라구, 어?'하는 구어체적 표현이 거친 느낌을 더한다.

모양새 또한 '그로테스크'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복고적인(?)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민소매 셔츠,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노래부르는 도중 겉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두툼한 팔뚝은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한다.

"특이하잖아요. 남자들이 대개 근육질을 내보이는데 이렇게 순두부 같은 살집이 있으니까 다들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더라구요."

그를 두고 '개성이 넘친다'며 찬탄을 보내기도 하지만 '삼류 개그같다''혐오스럽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위선과 가식을 벗어 던지고 '신나게, 퇴폐적으로'놀고 싶은 솔직한 심정을 그렸을 뿐이라고 한다. '항상 언제나 나름대로 갱스터/ 듣기엔 귀엽고 발랄한 댄스 .

/ 뻔한 결과에 감격한 듯 예상못한 듯/ 울고 불고 뻥칠려거든 침이나 바르든가.'그는 이처럼 비웃으며 천편일률적인 대중성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방에 재떨이가 있었고, 5~6년을 나이트클럽에서 배회하며 지금의 포복절도할 춤동작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보스턴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다 버클리 음대로 옮겨 대중음악을 공부하고 있지만, 그마저 '국제적으로 놀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거침없다.

그런 삶과 생각을 배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근엄'을 외치는 기성세대의 위선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툭하면 '애들은 가라'고 하죠. 그래 놓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속으로 좋아도 겉으론 삿대질 /누가 뭐래도 I Love Sex'('I Love Sex' 중)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싸이.

"전 솔직히 오빠부대보다는 남성팬이 좋습니다. 억제된 성욕구에 신음하는 군인이나 고등학생들이 내 노래에 환호했으면 합니다."

방송의 '그만그만한'대중성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스스로도 "무관심한 것보다는 욕먹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즐긴다.

하지만 전체 20곡중 3~4곡을 제외한 전곡이 방송불가판정을 받을 만큼 그 '천편일률성'은 역으로 그의 끼를 제약하고 있다.

과연 방송이 허용할 수 있는 '파격'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1집은 본래 생각보다 약하다"고 말하는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택할지 흥미롭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양은경 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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