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서남쪽 근교에 노구교(盧溝橋)가 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사건 때문에 잘 알려진 이 다리는 베이징의 명소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아치형 교각 11개가 떠받친 길이 266.5㎙ 난간엔 140개의 기둥이 세워졌고, 사자상이 새겨져 있다. 밝은 달이 비치는 노구교의 하얀 모습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공주의 곰나루는 곰과 여인의 애틋한 사랑이 어린 나루터이다. 그러나 금강에 걸린 다리의 곰 조각은 볼품이 전혀 없다. 곰인지 오소리인지 분간이 안 된다.
더구나 미관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다리 모습은 공주의 고풍어린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불국사의 청운교나 백운교와 선암사의 아치형 승선교가 아니라도 진천의 농다리에서 보듯 우리 선조는 작은 다리 하나에도 기능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하지만 최근 수 십년 간 건설된 다리는 미관이 주요 설계 기준이 되지 못했다.
■한강에 다리를 새로 놓는다. 서울시가 만성 정체구간인 성산대교 옆에 새 다리를 건설키로 했다. 현상공모를 통해 150㎙ 높이의 주탑을 세우는 사장교 형식으로 결정했는데 안정성과 함께 미관이 주요 기준이었다고 한다.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한강은 볼품없는 다리로 인해 제 가치를 잃어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명예회복이 될 지 모르겠다.
■보도사진에 나온 새 다리의 조감도는 보기가 좋다. 월드컵 경기장 남쪽의 원형 구조물인 '천년의 문'과 어울려 서울의 명소가 될 수도 있겠다.
이제 와서 아름다움이 다리 건설의 기준이 된 것은 한편 반가우면서도 볼품없는 여러 다리를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파리 센강의 알렉산드르3세교, 뉴욕의 브루클린교를 비롯한 세계의 아름다운 다리들은 도시를 풍요롭게 만든다.
다리를 보려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관광 수입도 적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훈훈한 정서를 뿜어주는 까닭에 도시를 한결 여유 있어 보이게 한다.
/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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