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와 '테니스여제(女帝)'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공통점은 모두 왼손잡이라는 것. 희소성이 오히려 무기가 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계에선 아직 '왼손잡이는 스윙에 서툴다'는 통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하지만 필 미켈슨(31ㆍ미국)이 12일(한국시간) 미 프로골프(PGA)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을 2연패(連覇)하면서 개인통산 18승째를 거두자 왼손잡이 골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2,800명의 회원이 있는 미국왼손잡이골프협회(NALG)에 따르면 미국인구의 약 10%가 왼손잡이지만 골프용품과 시설, 티칭기술 등의 미비로 골퍼중에는 7%만 왼손잡이다.
미 여자프로골프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조앤 코너(62) 베스 대니얼(45ㆍ이상 미국)은 원래 왼손잡이였지만 오른손으로 골프를 쳐 성공했다.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왼손잡이 골퍼는 196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봅 찰스(65ㆍ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현재 PGA투어서 뛰고 있는 왼손잡이 골퍼는 모두 6명. 아버지와 마주보며 골퍼를 배워 왼손잡이가 된 미켈슨은 지난해 474만6,457달러의 상금을 벌어 타이거 우즈(25ㆍ미국)의 뒤를 이었다.
통산 2승을 거뒀고 지난해 상금랭킹6위(254만7,829달러)에 올랐던 마이크 위어(30ㆍ캐나다)는 주니어시절 잭 니클로스에게 편지를 써 "톱랭커가 되려면 오른손잡이로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며 조언을 구했다.
주소를 몰라 유명골프잡지사에 편지를 보낸 후 한달 뒤에야 답장을 받은 위어는 "니클로스가 왼손을 계속 쓰라고 권유한 것이 너무 고마웠다"며 "그 편지를 액자에 담아 집에 걸어두었다"고 말했다.
오른손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왼손으로 바꿨지만 11년 동안 무관에 머문 스티브 플레시(33ㆍ미국)는 "첨단과학이 모두 오른손잡이를 위한 골프용품 개발에 쓰이고 있다"고 푸념했다.
프로 22년차 러스 코크랜(43ㆍ미국)은 데뷔 초기 적당한 클럽이 없어 여자용품을 들고 다녔을 정도다. 또 호주의 그렉 찰머스(지난해 상금 106만3,456달러ㆍ41위) 미국의 케빈 웬트워스(33만2,293달러ㆍ131위)는 떠오르는 왼손잡이들이다.
전문가들은 "왼손잡이에 대한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조만간 '왼손잡이 붐'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올해가 그 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왼손잡이골퍼는 '0'로 나타나 미국과 대조를 이뤘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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