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수익증권 환매 대금 지급을 유예할 권한이 없다는 14일 법원의 판결이 투자자에 혼란을 주고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대우채권(18조6,000억원) 환매 연기로 투자손실을 입은 400여만명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금감위의 수익증권 환매연기 조치가 나온 1999년 8월12일 이전에 환매 청구를 한 투자자(㈜영풍)에 국한된 판결이어서 8월12일 이후 환매 청구자들도 손해배상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판결 의미
금감위는 99년 8월12일 대우 사태 당시 금융시장 혼란을 이유로 수익증권 환매를 연기시켰다. 이 조치에 앞서 8월 4일 환매청구를 한 ㈜영풍은 대우증권을 상대로 환매대금을 전액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근본적으로 영풍의 환매 청구일이 8ㆍ12조치일 이전이어서 영풍은 100% 환매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금감위와 대우증권도 여기에는 반론이 없다.
▽정부 입장
99년 8ㆍ12 조치 이후 환매 청구자는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까. 이번 법원의 판결문에는 "금감위가 수익증권 환매대금 지급을 유예할 권한이 없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금감위는 이에 대해 법원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98년 9월16일 이전까지 투자신탁업법 7조4항에 '천재, 지변, 유가증권시장의 폐쇄ㆍ정지 또는 휴장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금감위의 승인을 얻어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감위는 법개정으로 이 조항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인 99년 8월12일 이 법에 근거해 대우채 환매연기조치를 승인했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박광철 팀장은 "법이 개정됐어도 시행령상 환매연기조치 이후인 99년 9월15일에야 신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금감위의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는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말 G사가 삼성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G사는 99년 4월9일 삼성증권에서 수익증권을 매입한 뒤 같은 해 9월 대우채에 편입된 수익증권(6,000여만원)의 환매를 요구했으나 환매연기조치로 삼성측은 원고의 청구에 응하지 않았었다.
이때 법원은 금감위의 환매연기 조치가 유효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금감위측은 이 같은 근거를 이유로 8ㆍ12조치 이후 환매청구자들은 소송을 내도 승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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