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 자전거'라는 것이 있다. 1999년 6월 청주환경운동연합은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청주시에서 400대, 시민들로부터 400대의 자전거를 기증받아 시내 곳곳 자전거 거치대에 놓고 누구든지 '공짜로' 타도록 했다. 근본 취지는 시민들에게 자전거타기운동을 확산시켜 환경운동에 동참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그러나 시행 3개월만에 문제가 드러났다. 다름아닌 자전거의 사유화. 자전거를 탄 뒤 양심껏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지만 한번 타고는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고장나서 길에 내동댕이쳐진 것도 부지기수. 이러다보니 자전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남아나지 않았다.
청주환경운동연합이 지속적으로 고장난 자전거를 고쳐서 내놓은 것만 해도 연 1,000대가 넘었다는 것을 보면 시민들이 얼마나 함부로 다뤘는가를 알 수 있다.
현재 자전거는 몇 대나 남았을까. 268대다. 그나마 환경운동연합이 동사무소나 아파트, 박물관 등에 부분 관리를 맡기고 방치된 자전거를 보는 대로 손질해서 그렇지, 그대로 시민들에게 맡겼다면 아마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시민자전거 운영방법이 대폭 바뀌었다. 3월을 '자전거 자진신고기간'으로 정해 집에 가져간 자전거를 전량 수거하고, 학교나 기업체를 중심으로 이 운동을 펼친다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측의 얘기.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 양심자전거가 아니고 관리자가 감시ㆍ관리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주최측은 집에 보관하고 있는 자전거가 대략 300대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초기에는 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신고하는 전화가 하루 20∼30통 정도 올 정도로 시민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런 운동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시민자전거 등장이 신선한 뉴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확인한 것은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시민자전거를 선보인 지 채 2년이 안됐지만 시민들의 '양심'은 이렇게 실종되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신문 무인가판대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일하고 있는 신문사에서도 무인가판대를 마련해놓았지만 흔들어보면 동전 몇 개만이 달랑거릴 뿐이다.
하룻만에 신문은 다 없어지는데 동전투입구에 돈을 넣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전거든 신문이든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실망스럽다.
홍강희ㆍ충청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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