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둔화는 앞으로 수개월 더 지속되겠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3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 '하강 위험성'을 안고 있긴 하지만 지난 6개월간의 급격한 둔화로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소비자 신뢰지수가 떨어져 있지만 정보기술(IT)혁명에 따른 생산성 증가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경기 하강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올해 경제성장률은 2~2.5%, 실업률은 4.2%, 인플레이션율은 1.5~2.25%로 각각 예측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날 발언 기조는 "성장률이 거의 제로(0)에 근접했다"며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했던 지난 1월의 긴박했던 분위기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말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렸던 경제 지표가 1월 들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 상무부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0.1%수준까지 떨어졌던 소매 판매 성장률이 1월 들어 0.7% 수준으로 회복돼 지난 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여름 이후의 미국 경기 둔화는 주로 IT분야 기업들이 그 동안의 과잉 자본투자를 깨닫고 이를 축소함에 따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기업들의 재고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나면 다시 성장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3월20일 또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FRB의 다소 낙관적인 경기 전망으로 미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그 폭은 당초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1개월여동안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적 경기 예측이 맞아 떨어질 경우 지난 1월과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을 반영, 그린스펀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모두 하락세로 반전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감세안의 의회통과가 단기 하강국면에 들어선 경기를 급속도로 회복시켜줄 것이라는 부시측의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감세는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감세를 지지하긴 하지만 의회는 국가채무 상환에 맞춰 감세 규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자신은 여전히 감세보다는 채무상환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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