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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 마당 / '안녕하세요' 한마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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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 마당 / '안녕하세요' 한마디의 힘

입력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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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아저씨는 '인사아저씨'로 불린다. 이 아저씨는 민망할 정도로 자주 인사를 한다.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삭막한 아파트동네에 인사아저씨의 등장으로 주민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끈끈한 유대감과 따뜻한 인정을 만들어 가게 되었다.

아침은 물론 이고 오전, 오후, 심지어 새벽까지 때를 가리지 않고 주고받는 인사. 처음엔 계속되는 인사에 매우 낯설었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상하게도 인사를 하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인사'라는 것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침에 눈을 떠서 허겁지겁 집을 나오면 비좁은 버스와 눈앞에 펼쳐질 꽉 막힌 도로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서 인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수능이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나' 등등 이런저런 생각 속에 잔뜩 불만에 찬 전형적인 대한민국 고등학생 모습의 단정한 교복차림으로 아파트 현관을 나온다.

시간에 쫓겨 되도록 빨리 현관을 지나치려는 내게 경비 아저씨께서 먼저 인사를 건네신다. 순간 종전에 머리 속을 가득 채우던 갖가지 걱정들은 내가 경비아저씨께 "안녕하세요" 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과 동시에 완연히 수그러든다.

짧고 간단한 '안녕하세요'라는 한마디가 이젠 우리아파트 주민들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합승한 승객이 이웃인지 방문객인지는 잘 몰라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가 먼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를 하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선수'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인사를 하게 되니 참 좋다.

그러면 상대로부터 따뜻한 답례가 바로 건너온다. 어느덧 나에겐 신문이나 TV에서 우려하는 삭막하고 인정이 메마른 아파트 소식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됐다.

오늘도 학교 가는 길에 어제 내린 눈을 청소하시는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건네 본다. 등교 길에 만난 친구들에게도 먼저 인사를 한다. 교실 안이 예전보다 밝고 활기차 보인다.

이렇게 세상이 하얀 눈처럼 밝아 보일 때면 다시금 인사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제부터는 서로에 대한 인사 한마디에 마음을 실어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인사 한마디로, 맑고 깨끗한 눈이 만든 하얀 세상처럼 밝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지영 인천여고 2

※'1318마당'에 글을 보내 주신 분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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