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서울시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단장 겸 지휘자 정치용씨(44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기쁘기만 한 표정이 아니다.그의 지휘로 15일(목)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는 서울시향의 55년 역사를 돌아보는 축하의 자리다.
서울시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교향악단이고, 600회란 숫자도 최다 기록이다. 그런데, 왜?
"서울시향 연주회에 서울시장이 온 적이 있습니까. 서울시향을 서울의 문화적 얼굴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기나 한지.
4관 대편성 관현악곡 연주에 필요한 정원이 120명인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충원이 안돼 현재 단원은 96명 밖에 안돼요.
오케스트라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부터 해야 할 겁니다."
오케스트라가 왜 중요한가. 그는 "여러 색깔의 다양한 악기가 모여 완벽한 합주를 하는 오케스트라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서로 어울려 좋은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우리 사회의 이상이고, 오케스트라야말로 그 상징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베를린의 베를린필, 뉴욕의 뉴욕필처럼 서울시향이 서울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 음악인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향의 정식 명칭은 서울시교향악단이고 세종문화회관 전속단체다. 세종문화회관이 1999년 7월 서울시에서 독립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립'자를 뗐다.
민영이 됐지만, 예산은 서울시 지원을 받고있다. 예술단체의 완전자립은 어느 나라고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은 해결할 숙제가 많다. 국내 최고의 역사에 걸맞게 최고의 음악을 연주하고 관객을 개발하는 일만이 아니다.
아직까지 서울시향 55년사를 정리한 책자 한 권 못만들었고 외국에 소개할 제대로 된 영문 전단도 없다.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할 예산은 아예 항목조차 없다.
또 서울시향의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 반사판은 설치된 지 20년이 넘도록 보수를 못해 음향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하도 낡아 위험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자랑은커녕 서울의 자랑이 되기에도 갈 길이 멀다.
"오케스트라를 그저 돈 잡아먹는 덩치 큰 단체 쯤으로 여겨서는 세월이 흘러도 나아질 가망이 없어요. 서울시향의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격려와 뒷받침입니다."
이번 600회 정기연주회는 팝스콘서트, 가곡의 밤, 창작곡 초연 등 그동안 서울시향이 해온 다양한 공연을 엮은 옴니버스식 공연이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기념식인 셈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공연부터 사회 유명인사에게 관객 안내를 맡기기로 했다.
첫번째 자원봉사자는 탤런트 최불암씨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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