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중앙 일간지의 성향을 분석하고 정공법(正攻法) 등으로 비판적 언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지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13일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보도했다.시사저널은 현정부 출범 후 작성된 3건의 문건을 공개, "정부 여당의 두뇌집단이 작성,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으나 여권은 이를 부인했다.
문건은 10개 중앙 일간지 중 한국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은 중립,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은 반여(反與), 한겨레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등은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했다.
◇집권 초창기 문건
1차 보고서는 재벌과 족벌의 언론 지배,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 지나친 상업화에 따른 시청률ㆍ부수 경쟁 등을 한국 언론의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벌ㆍ족벌의 소유 지분 제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 언론사가 누리는 특혜 폐지 ▦언론 독과점 해소 ▦신문 공동판매제 도입 등 법적ㆍ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 때만 해도 원론적인 언론개혁을 언급했다.
◇2차 보고서
(2000년 8~9월 작성)
2차 보고서는 10개 중앙 일간지의 성향을 중립, 반여, 친여로 분류했다. 또 "DJ 집권 2년 반 동안 언론이 정부를 보도하는 태도가 우호-비판-적대 단계를 거쳐 대립관계로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집권 중반기 언론 보도의 특징 세가지를 열거했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과 공격이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로 "유력지의 야당 훈수 및 친여 성향이 노골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야당에 여당 공격 논리를 제공하는 등 '지상 보좌'역할을 자임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는 조간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이어 석간인 문화일보가 합세해 '비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3 차 보고서-
(2000년 11월 중순께 작성)
3차 보고서는 "조선 동아 중앙 문화 등 4개 신문의 비판 수위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도달해 효율적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여타 매체들의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에스컬레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집권 초기 사회적 지지를 받으며 추진할 수 있었던 언론개혁이 보수 언론의 저항에 밀려 실기(失機)했으며, 여권의 언론 대응이 '위스키 & 캐시(현금)'방식과 민원 해결을 통한 협력관계 구축으로 일관, 오히려 언론에 끌려 다니게 됐다"며 "정상적이고 합법적 방법을 통한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스키 & 캐시'방식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언론사를 방문할 때 고급 양주를 선물로 갖고 갔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집권 초기의 실패를 거울삼아 원칙론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언론개혁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與 "문제문건 본적도 만든적도 없다"
청와대 박준영(朴晙塋) 대변인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수석들에게 올라오는 공식 문건 중 컬러로 만든 것은 없다"며 "만든것은 물론이고 이 같은 문건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변한 여권의 주장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거짓말이었다"며 "이번 세무조사가 정권을 자주 비판하는 언론을 박살내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또 "우리 당 당직자의 습작품에 대해 국기문란이니 어쩌니 하며 공격을 하던 여당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행동을 해 왔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당 사무처와 전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민주당과 전혀 관련이 없는 문건으로 확인됐다"며 "정부ㆍ여당 내의 두뇌 집단이 작성해 보고했다고 하지만 우리 당에는 그런 싱크 탱크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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