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컴퓨터는 산업사회의 종언을 고하게 하고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시대를 열었다.그리고 1990년 대 초에 일반화하기 시작한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지구촌을 가능케 하는 확실한 도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의 약 4억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인터넷인구도 작년 12월 10명중 4명 꼴인 1,904만 명에 달해 2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은 20대가 74.6%로 가장 높고 7∼19세가 74.1%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추계 컴덱스2000'에서 개막식 기조 연설자로 나선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닷컴(.com) 시대가 가고 닷넷(.net)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닷넷은 휴대폰 등 모든 정보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기능도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PC 중독증, 사이버 범죄의 증가, 낯뜨거운 음란 사이트의 범람, 벗기기 일변도의 인터넷 방송, 그리고 갈 데까지 간 반사회적 인터넷 사이트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폭탄제조 방법을 알려주는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공유하는 살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중학생에 이어 초등학생까지 자살 사이트 내용을 모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어른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정부는 늦게나마 '반사회적 인터넷 사이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발상이 아닐까.
상실되고 있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근본적 노력이 없는 한 청소년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인터넷의 폐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세상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책임 의식을 갖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법규를 만들고 청소년들이 불량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통제할 수 있는 행정적ㆍ기술적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청소년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지금의 청소년 문제를 일시적인 사회의 병리 현상으로 치부해 버린 채 수수방관하고 청소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어른들 모두는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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