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100%가 넘는 초고리대 사(私)금융 속에서 돈 구할 길 없는 서민들이 무더기로 파산하고 있다.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던 조모(52ㆍ여)씨는 2년전 은행에서 빌린 사업자금 3,000만원을 갚으려고 급한 김에 사채를 빌려썼다 해외도피자 신세가 됐다. 이자빚이 삽시간에 수억원대로 불어나 아파트와 자동차, 가게 등이 모두 날아가고 "가족들을 가만 안두겠다"는 협박까지 당했기 때문.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조모(31)씨는 신용카드 대출금을 갚으려고 월 40%의 급전사채를 빌려쓰다 압류가 들어와 회사가 부도나고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기업형 사금융업체들은 '무보증''신용대출'을 내세워 기존 사채금리보다 2배나 높은 월 6~7%의 초고금리를 요구한다. A크레디트사의 경우 일반인의 신용대출 금리가 월 7.2%. 연리로 환산하면 무려 130%대로 대출 1년후면 이자가 원금보다도 많아지는 셈이다. P금융사는 월 6.99%, D크레디트는 월 6~7%.
W크레디트도 월 6%안팎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초고금리다. 특히 원리금이 연체될 경우 연체이자율은 10%에 육박할 정도다.
서민들이 고리대 사금융업체로 몰리는 것은 은행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데다 별도의 담보없이 신속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 때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은행의 신용ㆍ대출관리 강화로 개인의 대출한도 총액이 줄고 어이없는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일반서민은 은행에서 단돈 백만원 빌리기도 힘들다.
사금융업체들은 광고를 통해 '신분증 등 기본서류만 제출하면 즉석에서 500만~1,000만원을 대출해 준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몇일만 이자가 연체되면 당장 월급차압, 재산압류 등 법적조치에 들어가고 높은 연체이자까지 물리고 있어 전재산을 날리거나 도망자 신세가 되는 서민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동산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압류경매 건수가 10%이상 늘어났다. 전체 경매물량의 20%價량은 고리대의 사채를 빌려쓰다 자동차와 전세, 가구, 집기 등을 모두 날리는 경우다. 빚에 쫓기다 채권단의 직권신청 또는 자진신청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도 64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계 사채자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동산경매정보 양원준(梁源埈)대표는 "이자제한법 철폐이후 국내 진출하기 시작한 외국계 사금융회사들은 미리 동산ㆍ전세ㆍ유가증권 포기각서 등을 받아놓고 공증까지 한 뒤 원리금이 연체되면 즉시 압류ㆍ경매절차를 밟는다"며 "무담보로 손쉽게 대출받는다는 점 때문에 수백만원을 빌렸다 집과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원창수(元昌樹)실장은 "은행대출을 받으려면 직업, 소득, 대출현황 등 20여가지 서류가 필요한 데다 개인에게는 그나마 대출이 안돼 카드론이나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사금융의 고리대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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