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장해창ㆍ張海昌 부장판사)는 13일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ㆍ49) 피고인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죄 등을 적용해 징역 12년 및 추징금 4,000만원을, 전 대리 김영민(金榮敏ㆍ37) 피고인에게 같은 죄를 적용, 징역 9년 및 추징금 50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또 함께 구속기소된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ㆍ48) 피고인에게 특경가법 위반(배임, 증재)죄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에스이테크 대표 민백홍(閔百泓ㆍ41) 록정개발㈜ 대표 이원선(李元鐥ㆍ49) 피고인에게도 같은 죄를 적용,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하고 불구속기소됐던 이 피고인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대출압력 여부에 대해 "검찰 수사기록과 관련자 진술 등으로 볼 때 박 전 장관이 한빛은행 상부에 관악지점 감사 무마 등을 청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이를 확인할 물증이 없다"고 밝혔다.
신 피고인 등은 지난해 2월~8월 박 전 장관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박 피고인과 함께 가짜 신용장 등을 이용, 모두 466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사용한 혐의로 같은해 9월 기소됐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법원,외압설관련 "확인어려워" 토로
법원이 13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번 사건이 권력층의 비호하에 이뤄진 전형적인 대출비리일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해 주목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은행 지점장과 기업인들이 공모해 금융 전문지식과 은행 감시체계의 허점을 악용, 466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박지원 전 장관의 개입 의혹을 상세히 적시했다.
아크월드 사장 박혜룡씨가 지난해 1월19일 박 전 장관을 찾아간 당일 오후 이수길(李洙吉) 한빛은행 부행장이 관악지점에 청탁전화를 한 사실과, 박씨가 박 전 장관의 집을 7차례나 방문하고 양복 등을 선물한 점을 보면 박씨와 박 전 장관의 친분관계가 검찰이 파악한 것보다 훨씬 더 친밀했으리라는 것이다.
또 박씨와 친분도 없는 이 부행장이 "아크월드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면 이는 누군가의 청탁에 의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사기록이나 피고인들의 법정진술 만으로는 더 이상 확인키 어렵다"고 한계를 그었다. 법원이 수사기관이 아닌만큼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없지만, 검찰 수사의 문제점만은 지적하겠다는 재판부의 고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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