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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끝없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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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끝없는 비극'

입력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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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봄은 오지 않는 것인가. 20년 넘는 내전으로 피폐한 아프가니스탄에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혹한까지 겹쳐 이 달 초 아프간 서부지역의 한 난민촌에서만 500명 이상이 추위로 사망했다.아프간 전국에 걸쳐 5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은 테러 배후국이라는 이유로 아프간에 경제 제재를 발동한 상태지만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난민 조사단을 급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2일 아프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는 접경국 파키스탄을 방문한 유엔 조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17만 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파키스탄으로 몰려들었다.

파키스탄에는 1980년 내전 이후 이주한 북서부 난민 캠프의 아프간인 120만 명을 포함해 200만 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표방하는 집권 탈레반 세력을 피해 온 난민들이 대다수이다.

아프간 내에서도 난민 숫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8만 명이 모여 있는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의 유엔 난민캠프 구호 협력관들은 몇 주만 지나면 난민이 2만 명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은 지난 수개월 동안 49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아프간에서도 파키스탄에서도 식량을 구하고 추위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영하 20도를 기록하는 추위를 막을 것이라고는 얇은 텐트 뿐이다. 헤라트의 난민 캠프에서는 이 달 초 500명 이상이 추위로 숨졌다. 사망자 중엔 어린이들이 130명이나 포함됐다. 결핵 등 질병 때문에 난민 가족 중 유아사망률이 25%나 되는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하지만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탈레반 정권이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엔은 아프간에 대한 투자 금지 등 경제제재를 발동한 상태다.

유엔이 아프간 원조 자금으로 책정한 2억 2,900만 달러 가운데 지금까지 기부 금액은 730만 달러에 그친다. 그나마 미국이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 난민 구호를 위해 지난 7일 1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해 다급한 아프간인들의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대변인은 최근 "1980년대 옛 소련과 아프간 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끔찍한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 회원국들이 아프간 구호자금에 대해 조속하고도 관대한 원조를 해주도록 촉구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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