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니어 슈메이커호(號)' 가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함으로써 우주탐사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슈메이커의 에로스 안착은 달, 화성, 금성, 목성에 이어 인간이 만든 우주탐사선이 천체 표면에 내려앉은 5번째이자 소행성으로는 사상 첫 사례이다.당초 소행성 궤도를 돌며 지표면에 대한 자료를 송신할 목적으로 제작된 슈메이커가 예정에 없던 소행성 착륙에 성공하자 과학자들은 "예기치 않은 쾌거이며 새 역사의 문을 연 것' 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2월 14일 지구-태양의 2.1배 거리에 있는 에로스 궤도에 도착한 슈메이커는 이날 시속 5.4~6.5㎞의 하강속도로 4시간 30분만에 '히메로스' 로 명명된 남극방향 지표면 착륙을 완료했다.
미 우주항공국(NASA)은 "슈메이커에 착륙장비가 없기 때문에 착륙이라기 보다 지표면과의 통제된 충돌" 이라고 설명했다.
슈메이커의 에로스 착륙 성공은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학문적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소행성이 45억년 전 생성된 태양계의 원시 지질구조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에로스의 지표면 탐사는 우주 생성 기원의 신비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초기 태양계의 흔적을 갖고 있는 소행성이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에로스의 경우 마그네슘, 규산, 알루미늄 등이 지표면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하나는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소행성과 지구와의 충돌에 대비한 재앙방지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에로스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는 소행성군(群)에 들어 있어 6,7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소행성과의 충돌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행성 중력의 중심이 어디인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외부충격을 가해야 하는 지가 NASA 연구진들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이다.
495㎏의 무게에 4개의 태양 전지판, 거리측정기, 전자카메라 등을 장착한 대형 금색 쓰레기통 모양의 슈메이커는 1996년 2월 17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으며 4년 만인 지난해 2월 목적지인 에로스에 도착했다.
1년 동안 35㎞ 궤도 상공을 돌면서 예상보다 10배나 많은 16만장의 사진을 지구에 보내왔으며 착륙 마지막 단계에서는 1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 높은 사진을 전송했다.
슈메이커의 소행성 착륙성공에 크게 고무된 NASA는 이날 "소행성 연구를 목적으로 한 또 다른 무인 우주탐사선 발사를 고려하고 있다" 며 "이번 경험이 10년 내 혜성 착륙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 에로스는
슈메이커가 착륙한 '433 에로스(Eros)' 는 고운 먼지로 뒤덮인 뉴욕 맨해튼 크기의 타원형 소행성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 에서 떨어져 나온 지구 근접 소행성 중 하나이다.
길이 33㎞, 지름 13㎞로, 기온이 낮에는 영상 100도, 밤에는 영하 150도에 이를 정도로 일교차가 크다. 중력은 지구의 1000분의 1 정도로 매우 약해 지구에서 몸무게가 90㎏인 사람이 에로스에서는 50g에 불과하다.
495㎏인 슈메이커도 에로스에서는 0.5㎏ 정도이며 머리 높이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바닥까지 5초 정도 걸린다. 지구에서 1m의 높이를 뛰는 강도로 에로스에서 높이뛰기를 하면 무려 1㎞를 뛰어오를 수 있다.
지구-태양 거리의 2.1배 거리에서 태양을 돌고 있으며, 슈메이커에서 신호를 보내면 지구에는 15분 후에 도착한다. 소행성이란 태양계 형성과정에서 이탈한 울퉁불퉁한 금속성 천체덩어리로, 태양 주위를 돌지만 혹성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을 말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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