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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시화호에 새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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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시화호에 새 생명을

입력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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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시화호 담수화 포기 발표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문제점과 환경행정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시화호는 수도권인구의 분산과, 중동에서 철수한 유휴 건설장비를 이용한 산업단지의 건설로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두가지 명분으로 조성되었으나 14년간 8,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염된 해수호만 남게 되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시화간척사업 이전에 이미 서산간척지에서 유사한 환경문제가 발생하여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방조제 건설의 기술적인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시화호 건설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과 예상되는 환경문제를 들어 김정욱 서울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이 건설당국과 환경당국에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 위험성을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1996년 물막이공사 완료로 인한 시화호 오염이 가속화하면서 정부는 담수화를 전제로 4,800억원을 들여 수질개선을 하겠다고 하였으나 충분한 검토 없이 수질개선 대책을 세우는 바람에 현재까지 2,000억원 가까이 투입되었는데도 그 효과는 미비하다.

새로이 하수처리장이 건설되었지만 용량을 초과한 방류수는 바다에 유입되어 소래 앞바다를 심각하게 부영양화시키고 있다.

또 시화호 내에 바닷물을 유입시켜 호수 내의 수질을 개선시키고 있으나 시화호에서 지속적으로 방류되는 오염된 호수물은 인천 앞바다를 오염시키는 또 하나의 오염원이 되고 있다.

시화호의 수질이 바닷물 유입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죽음의 호수에서 과영양의 오염된 해수호로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물고기가 많아지고 철새가 날아온다고 하나 여름이면 적조가 일어나고, 저산소층이 형성되어 아직도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상태이다.

그러나 건교부와 농림부, 환경부는 시화호를 살릴 생각보다는 호 주변의 간척지에 신도시개발, 산업단지 건설, 대규모 농경지 조성, 폐기물 매립장 확보 등 간척지 이용에 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한 만큼 이제는 새로운 간척지의 나눠먹기보다는 그동안의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고 국토를 오염시킨 데 대해 관계부처와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고, 오염된 해수 호수를 개선시킬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해당부처는 남은 간척지를 포기하고 시화호의 수질개선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 머리를 맞댈 일이다.

남은 간척지에 새로운 도시개발이나 산업단지건설, 대규모 농경지 건설, 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한다면 이 모두 새로운 시화호에 큰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시화호에 오염물질이 하나라도 들어가지 않게 할 자신이 있을 때 그 연고권을 주장함이 떳떳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시화호가 해수 호수로 결정된 이상 특별관리 해역으로 지정해 시화호 주변 육지부까지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육지쪽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수질오염 물질을 지금부터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하구에서 차단 관리하여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파괴된 시화만의 생태계를 회복시키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시화방조제의 존폐 여부까지 포함한 근본적 진단을 토대로 시화호의 장래를 다시 계획해야 다른 부처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시화호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되었음을 인정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우리 국토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적으로도 이 실패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를 경험 삼아 앞으로 시화호가 생명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최중기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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