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올들어 국고채 유통수익률 등 시중금리가 급락한 것을 틈타 은행들은 수신금리만 0.5%~1%포인트 내리고 대출금리를 그대로 고수해 고객의 불만을 사왔다.
여기에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11일 한 세미나에서 "은행 수익성 확보차원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공개적으로 은행을 거들고 나섬으로써 논쟁에 불을 댕겼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입장은 "수익성을 무시하고 공공성만 강조하다가 부실화하면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결돼 국민 부담만 늘리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과 고객들은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보다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손실 고객전가"
한 금융통화위원은 12일 "중앙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시중금리를 낮춰 자금의 순환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라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다면 콜금리 인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금금리 인하는 종용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막는 것은 은행 손실을 고객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崔熙甲)연구원은 "은행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잣대로 금리를 규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기업 대출을 했다가 손실이 난 부분을 고객들이 떠안으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수준 예대마진 필요"
금융당국은 이 위원장의 발언을 지나치게 왜곡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최근 수신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데 대해 의견을 피력한 것일 뿐"이라며 "대출금리 인하여부는 개별은행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마지못해 대출금리를 내려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절실하다"며 "적절한 예대마진 확보, 수수료 수입 확대 등을 통해 선진금융기관 수준의 예대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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