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시화호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열을 올렸다. 이유는 이렇다.
시화호 주변에는 반월ㆍ안산공단 등 오염원이 밀집돼 있지만 새만금 수질을 위협하는 축산폐수는 전주 김제 익산 등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은 시화호보다 5배나 양호하고 담수호의 물 순환기간도 시화호(10개월)에 비해 4배나 빨라 썩을 염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태생과 성장과정을 보면 둘은 너무 흡사하다.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생긴 막대한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구상된 시화호와 제13대 대통령선거가 막바지에 달했던 87년 12월 노태우(盧泰愚) 후보의 공약으로 구체화된 새만금은 사업 타당성은 물론 엄밀한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않았다. 수질개선대책도 마찬가지. 시화호는 오염 논란이 본격화한 96년에 나왔고 새만금은 공사가 중단된 99년 말에나 마련됐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수법도 닮아가고 있다. 시화호는 97년 6월부터 배수갑문을 열어 담수화를 사실상 포기해놓고도 공식발표가 나오기까지는 3년6개월이나 걸렸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과 비난여론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새만금사업이 중단된 지 2년 가량 지났지만 결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차이가 있다면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한 것이 5조여원의 경제적 손실을 막았다면 새만금을 백지화하면 엄청한 국고손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백지화가 더 많은 손실을 줄였다는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정정화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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