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우여곡절 끝에 김각중 현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재추대한 것은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전경련 회장단ㆍ고문단 연석회의를 마친 뒤 "회장단은 김 회장이 어려운 여건에서 전경련을 무난히 이끌어 왔으며 향후 2년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회원사간 결속을 강화할 적임자"라며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김각중 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해야 할 김 회장이 불참이라는 강수를 두며 회장직 고사 의지를 표명한 점으로 보아 공식 취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전경련은 당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주요그룹의 총수가 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원했으나 이들은 "시기가 민감하다. 경영에 전력하겠다"는 이유로 강력히 고사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뿐 아니라 별스런 대가 없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 등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정부가 재벌을 개혁의 '객체'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힘있는 오너는 안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이들의 선택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SK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은 해외출장과 개인적인 약속 등을 이유로 이날 회의에 불참해 전경련의 현 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김각중 회장은 김우중 회장의 후임으로 1999년 11월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 1년 3개월간 큰 탈없이 조직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기업경쟁력강화, 2차산업구조조정 , 대선정국을 앞둔 정치권과의 조율 등 산적한 재계의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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