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2일 "정의롭지 못하게 쓰이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여권이 이를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있다.이 총재는 이날 총재단 및 상임위원장 연석 회의를 시작하면서 "여당은 지금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을 외치면서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 힘으로 국민과 야당을 밀어 붙이는 것이 강한 것인가"라고 비난한 뒤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고, 정의롭지 못하게 쓰이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미리 메모를 준비해 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의도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은 실정법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사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논평에서 "3공, 5공, 6공의 군사 독재 정권 시절 법의 수호자임을 자처했던 이 총재가 국민의 피와 눈물로 쟁취한 민주 국가의 법을 악법이라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이 총재는)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은 "법을 무시하는 정치행위는 패도 정치"라고 비난한 뒤 "강한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고 민주주의 절차에 의거해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서둘러 해명했다. 권 대변인은 "실정법을 지칭한 게 아니라 법은 정의롭게 사용돼야 한다는 일반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 정권이 야당 흠집내기, 언론 재갈 물리기와 같은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한다'느니, '강한 정부'라고 하는 것이 정당치 않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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