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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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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김남주

입력
200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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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2월13일 시인 김남주가 서울 고려병원에서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49세였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김남주는 전남대 영문과에 다니던 60년대 말 민주화 운동에 발을 담근 이래, 흔들림 없는 혁명 시인으로서 견결한 삶을 살아냈다.그의 70년대가 짧은 감옥 생활 뒤의 농민 운동으로 채워졌다면, 그의 80년대는 긴 감옥생활 을 거쳐 때이른 죽음으로 마감될 벗들과의 짧은 재회로 채워졌다.

김남주는 80년대의 감옥 속에서 감옥 밖의 사람들을 대속(代贖)하며 그들의 양심을 일깨웠다.

그는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돼 15년 형을 선고 받았고, 투옥 생활 9년3개월만인 88년 12월21일 형 집행정지로 출감했다. 그 사이에 공화국이 두 개나 바뀌어 있었다.

감옥 속의 김남주로 해서 80년대 한국은 완전한 어둠이 아닐 수 있었다. 그의 첫 시집 '진혼가', 제2시집 '나의 칼 나의 피', 제3시집 '조국은 하나다'가 출간된 것은 그가 감옥에 있을 때다.

그의 대표작 '조국은 하나다'는 민족해방 전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맑고 새된 음성으로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나는 이제 쓰리라/ 인간의 눈이 닿는 모든 사물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눈을 뜨면 아침에 맨 처음 보게 되는 천정 위에 쓰리라/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밥 위에 쓰리라/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이 쓰는 모든 말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러나 김남주가 생전에 존경을 표한 하이네가 그랬듯, 김남주도 혁명 시인 이전에 서정 시인이었다.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짧은 시를 보자.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는 빈 자리가 유난히 커 보이는 사람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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