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이나 특정 직업을 연상시키는 드라마는 대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드라마 '순자'(SBS 수ㆍ목 밤 9시 50분)도 그 중 하나다.방송위원회는 10일 '순자'에 대해 '특정 업종(에로비디오 제작자)을 비하하여 해당 직업 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주의'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된 부분은 10일 방송된 8회분에서 에로비디오에 출연하려는 순자에게 남자친구 윤수가 '동네 개도 출연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비디오에 출연하겠다니, 너 미치지 않고 말이 되는 얘기야?'라는 대사였다. 이에 대해 해당 제작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탤런트 정찬은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전에도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아슬아슬한 장면으로 종종 도마에 올랐다. 잘나가던 여배우 황승리가 '떡'을 '똑'이라고 발음하는 부분은 특정 배우를 떠올리게 한다.
"'피'엘장이에요. '엘'레건트한 디자이너예요. (본명은)'장'칠복이예요." 디자이너 피엘장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짓는 부분 역시 KBS '서세원쇼'에서 홍석천이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이름으로 지은 4행시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서, 방송 전에 알려져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에로물에 개도 출연안해"
'피엘장 3행시' 똑 사세요'
피엘장이 윤수의 몸을 더듬는 등 동성애를 떠올리는 장면 역시 명예훼손의 위험성이 다분하다. CF촬영을 이유로 녹화시간에 종종 늦는 신예스타 나예리 역시 특정인의 캐릭터와 무관하지 않다.
네티즌들은 '순자는 탤런트 A, 황승리는 여배우 B, 윤수는 C'하는 식으로 극중 인물과 실제 연예인을 연결짓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본래 연예계에서 떠도는 비화를 소재로 한 것일 뿐, 특정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녹화 전의 대본을 항상 변호사에게 보내 문제가 될 부분은 수정한다"며 "이는 정계의 거물들을 모델로 한 정치드라마 외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전 장치"라고 했다.
또한 '당사자'로 지목되는 연예인들의 항의 여부에 대해서도 "제작에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항의를 하면 스스로 당사자임을 시인하게 되어서인지 염려했던 것보다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많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연예가의 뒷얘기가 그만큼 적나라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순자'에 많은 비난이 쏟아지지만, 이러한 시도에 대해 '용감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명예훼손의 위험이 있는데도 '뒷얘기'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순자'는 일부 연기자의 대사 소화력이 크게 떨어지고, '공주님'(나애리)에게 반말을 했다고 순자에게 '원산폭격'을 시키거나, 음식을 준비하던 순자가 갑자기 '스타가 되고 싶다'며 극중 연예 기자들 앞에서 '수영복 시위'를 하는 등 억지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런 가운데 '특정인 묘사'장면들이 느닷없이 불거져 나와 눈길만 잡을 뿐이다.
이 드라마는 '스타가 되기까지의 좌절과 욕망'이 좀더 설득력 있게 묻어나와야 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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