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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테러' 새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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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테러' 새 위협

입력
200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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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을 사수하라."광우병 등 가축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농산물 테러' 가 국가 안보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바이오 침략'의 실체는 물론 개념 조차 불명확하지만, 그 파급 속도와 피해 규모가 핵 공격을 능가할 정도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먹이사슬을 노린 생물학 공격은 '빈자(貧者)의 핵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반면, 방어책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국의 군사전문 잡지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최근 '식탁 테러'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면서 미국 등 강대국들이 '식량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확산:위협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동식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탄저병균 등 생물학 무기에 관한 장(章)을 신설했다.

보고서는 "적국의 생물학 무기는 손쉽게 미국 국경 내로 반입돼 식량공급체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서 "군 부대와 도시 뿐만 아니라 농작물, 가축들이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생물학 공격 등 테러 대책을 위해 예산규모를 1998년 6억4,000만 달러에서 올해 15억 달러로 대폭 늘렸다.

미국은 특히 가축들을 통한 병원균 침입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축산국이기도 한 미국의 농가들은 대부분 1만두 이상의 대규모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균에 노출될 경우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플로이드 혼 미 농무부(USDA) 질병통제 담당 국장은 최근 상ㆍ하원 합동 청문회에서 "미국 축산 농가는 제 3세계 국가들이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생물학 무기로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다"면서 "'얼굴 없는 적'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세균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부터 3억 2,000만 달러를 투입, 천연두 백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천연두는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질병이나 20여년 전에 사라졌다. 미국 정부는 북한 이란 리비아 등 이른바 '깡패 국가들(Rogue States)'이 천연두 공격을 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가축 전염병 등 생물학 공격에 미국이 벌벌 떠는 것은 그 경제적 파괴력과 사회적 고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가축의 병균으로 인한 피해를 보면, 영국이 1980년 이래 광우병 파동으로 14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데 이어 이제 유럽 전역이 쇠고기 공포에 휩싸여 있다.

1997년 구제역이 대만을 덮쳐 돼지 380만 마리가 도살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 각국을 덮쳐 소 35만 마리가 도살됐다. 미국은 1983년 가금류에 발생한 조류독감을 제거하기 위해 6,3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축 전염병의 70%가 사람도 감염시켜 인명 피해를 동반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나 에볼라 바이러스, 광우병 등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5년간 구제역으로 100만 마리의 돼지를 도살한 말레이시아의 경우 수백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열과 경련 등을 일으키며 숨졌다.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병원체를 일일이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하물은 5% 밖에 검역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엄격한 검역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출국이 이를 무역장벽으로 인식해 마찰을 빚기 일쑤다.

가축 전염병은 저비용에 특별한 기술 없이 전파가 가능해 1차 대전 이후 효과적인 테러 수단으로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테러의 목적으로 이를 사용했다는 명확한 물증이 제시된 적은 없다. 일본 방위청은 지난해 구제역에 대해 "특정 국가가 짚 등 사료의 유통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섞었을지 모른다"고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원인 규명에는 실패했다.

때문에 실체가 불분명한 바이오 테러에 대해 선진국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해 뉴욕에서 발생한 뇌염 바이러스로 7명이 숨지자 미국 언론과 정보당국은 테러설을 제기했으나, 결국 아프리카 등의 조류에서 발생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윌리엄 코언 전 미 국방부 장관은 바이오 공격에 대한 우려를 미국이 강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슈퍼파워의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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