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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여기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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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여기는 한국이다

입력
200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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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여론마당의 가장 큰 화두는 '연ㆍ기금 주식투자 확대'이다. 매일 10편 이상씩 이를 다룬 독자투고가 들어오지만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글은 전혀 없다. 대신 '내 연금은 빼고 해달라'는 냉소적인 비판이 주류이다.하기사 이 발표 자체가 연ㆍ기금이 아니라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 나온 것이니 연ㆍ기금과 관련된 사람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렇게 주식시장 부양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혹시 한국경제를 미국 경제와 착각해서 생기는 현상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미국은 국민 대부분이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증시가 살면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면 내수시장이 워낙 큰 나라인만큼 제조업체가 살고, 그래서 나라경제가 두루 잘 돌아간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이다. 또 증시가 산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서민들의 삶에 윤기가 돌게 하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증시가 한 차례 요동을 치면서 증시 인구 자체가 여윳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지난해 큰 수익을 낸 삼성전자가 배당은 조금만 한 것에서 드러나듯 대부분의 상장회사들이 배당에 인색하기 때문에 주가 자체가 올라야 하는데 이처럼 불확실한 시장에 돈을 맡길 사람은 역시 여윳돈이 있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증시가 사는 것과 서민가계는 거의 무관하다고 보면 된다.

미국과 또 한가지 다른 것은 실업자의 위치이다. 미국만 해도 맞벌이가 일반화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자 한 사람이 벌어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계가 보편적이다.

결국 한 사람의 실업은 3~4인의 궁핍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정부는 주식시장 부양보다는 실업자 감소와 수출 지원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

증시를 꼭 살리고 싶다면 차라리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도록 지도해주길 바란다. 이것은 대기업 오너들이 주식 상속에서 만족하지 않고 경영자 자리를 기어코 물려주려 하는 것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고 할 때면 증시부양과 함께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고 1가구2주택에 대한 세금을 대폭 완화했고 아파트 재개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서울하고도 강남에 가보면 빈 집이 수두룩한데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집 두 채를 갖고 있어도 부담이 없으니 비싼 값이 아니면 팔 지 않겠다고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재개발이란 건설업체들에게 숨통을 터주거나 '투자용' 주택을 가진 이들을 도와주는 효과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7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을 안전하게 고치는 데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으로 저소득층 주택개량사업의 방향을 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달동네에 아파트를 '재개발'하는 정책을 세워 가난한 이들을 밀어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곳에 터잡을 수 있게 해 준 결과 싱가포르는 지금 선진국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시중에는 진념 경제부총리가 교체 대상이었는데 당시 주가가 반짝 뜬 덕분에 유임됐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정책당국자들은 증시 부양에 관심이 많은가.

제발 서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정책을 세우라고 당부하고 싶다. 관료의 손끝에 수 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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