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녀를 갖게 될 샐러리맨 가장이 큰 맘 먹고 아이를 찍어줄 캠코더를 사려고 서울 용산 전자상가나 동네 가전대리점을 찾았다면 그 기능과 활용도를 친절하게 제대로 설명해줄 나이 지긋하고 숙련된 판매원 아저씨를 두리번거리며 찾을 것이다.JVC코리아의 이데구치 요시오(52) 사장은 바로 그런 분위기가 물씬한 최고경영자이다. 한국말이라곤 "안녕하세요" 정도의 간단한 인사말만 하는 형편이지만 몸에 밴 겸손하고 성실한 '고객중심'의 서비스 자세는 고객도 같이 머리를 숙이게 할 만큼 신뢰감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데구치 사장은 '한번 물으면 놓지 않는 프로근성'으로 똘똘 뭉쳐진 국제 영업통이다. 일본 3대 가전 업체의 하나인 JVC에서 31년간 판매분야에서만 근무해오면서 굳어진 체질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JVC나가사키 지역 영업소장에서 JVC중국 광조우 지역본부장, JVC한국 사장에 이르기까지 동북아 3국 현지영업 일선에서 직접 뛰며 몸으로 익힌 그의 영업철학은 "서둘지 말고 착실하게 신용을 쌓자"라는 평범한 진리 속에 있다.
그의 이 같은 신념은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저희 JVC브랜드 인지도가 한국에선 여타 가전 브랜드보다 낮은 건 당연하다"는 그는 "한국진출이 다소 늦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JVC의 대표 제품인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DVC)와 오디오 등을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착실하게 '골'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브랜드인 JVC는 비디오시장을 석권한 VHS 방식 비디오를 최초로 개발한 세계적 오디오ㆍ비디오(AV)업체다. 스테레오 녹음을 위한 45분짜리 녹음방식도 JVC의 기술력에서 출발했다.
우리 소비자들의 기호에 대해 "까다롭고 브랜드 인지도에 예민하다"고 평하는 그는 JVC제품이 한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란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JVC의 뛰어난 품질과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선 마켓쉐어를 늘리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일단 '들려주고 보여주는 작업'이 급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요즘 그는 여러가지 JVC제품 시연회 등 판촉ㆍ마케팅 행사마련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일본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릴 '한일 페스티벌'에서는 극장 스크린 규모의 초대형 3면 멀티TV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때 사용키 위해 특별히 고안, 제작한 고화질 TV로 JVC의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라는고 그는 말했다.
"한 분야에서 프로가 되기 위해선 10년 정도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데구치 사장은 JVC의 시장전략을 낚시에 비유했다.
"낚시줄과 추, 미끼를 어떻게 조절, 사용하느냐에 따라 낚시의 성과가 나타나듯 사업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 서비스 정신, 소비자의 심리(마케팅)가 제대로 조화를 이뤄 맞아떨어질 때 그 성과는 배가 되겠지요." 그는 '이제 낚시를 떠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
이데구치 요시오(出口義雄) JVC코리아 사장
1948년 나가사키 출생.
나카사키대 교육학 전공.
JVC 영업부 입사/ 영업업무기획부장/ JVC중국 광조우 지역본부 사장/ JVC코리아 사장
취미: 바다낚시
운동: 골프(핸디 12)
거주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
e메일: ideguchi@jvc-korea.co.kr
■JVC 코리아
JVC코리아는 소니, 파나소닉 등과 함께 일본 굴지의 3대 가전 브랜드로 꼽히고 있는 일본빅터의 국내법인으로 지난해 10월1일 설립됐다.
2002년 월드컵 경기 오디오와 비디오(AV)부문의 공식후원 업체이기도 한 JVC는 73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3만6,00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연간매출은 약 8,700억 엔 규모.
오디오와 비주얼 부문에서 노하우가 뛰어난 이 회사는 최근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DVC) 등 디지털 네트워크 관련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엔 그 동안 공식수입업체를 통해 서만 제한적으로 판매해온 JVC제품은 다소 인지도가 낮은 편이나 지난해 가을 JVC코리아 설립과 동시에 내놓은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는 용산 전자상가와 주요 가전 양판점에서 단기간에 최고의 인기 제품으로 올라설 정도.
이 제품은 인터넷으로 동화상을 전송할 수 있는 최첨단 디지털 카메라로 네티즌들로부터 '연말 가장 갖고 싶은 상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JVC코리아는 이를 계기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밀고 당기는 (Push&Pull) 전략'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마케팅과 판매ㆍ서비스망 확충을 통해 DVC, DVD, TV, VCR, 콤포넌트 등 가정용 AV제품을 비롯 프로젝터, 비디오 카메라 등 방송장비 부문과 보안장치 관련 제품 등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2001년 매출목표: 국내 전체 AV시장의 3%정도.
A/S 서비스망: 전국에 25개 지점 운영 중.
신규대리점 및 채용문의: (02)2189-3250
서울 강남구 대치동 글라스타워 빌딩 7층
■My키워드
JVC에 입사한 후 31년간 영업직에서 일해온 이데구치 사장은 어디에 가나 소비자들의 기호와 생활수준, 소비행태 등을 관찰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가전 시장인 중국에 이어 한국 JVC 사장을 잇따라 맡은 그의 영업철학은 3가지다. 신뢰성과 감동, 약속이다.
▲ 영업은 신뢰성 쌓기로 출발한다. 그것이 무너지면 바로 끝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의심 많기로 소문난 중국인들로부터 신용과 신뢰를 쌓는 것이었다. 그래서 3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요 거래처는 직접 챙겼다.
중국인 직원을 보내 쉽게 거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거래처를 방문, 어눌한 중국어라도 주인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면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쌓았다. 그것이 중국시장 개척에 가장 큰 힘이 됐다."
▲ 감동이 없는 영업은 진정한 영업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선 소비자나 거래처에 남다른 감동을 안겨줘야 한다. 그 감동은 개인뿐 아니라 그 지역 사회발전과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연속성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 것이 진정한 감동이다.
JVC가 한국과 일본의 2002년 월드컵 공식파트너로 선정돼 활동하는 것도 JVC제품을 팔기위한 마케팅 차원의 투자가 아니라 양국간의 문화를 연결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마라
"일상생활에서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약속은 자신의 말뿐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판매상과의 약속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상도의'다. 바로 그 약속이 JVC제품의 품질과 신용도를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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