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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재벌 소멸론'

입력
200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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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우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김우중 전 회장이 빼돌린 돈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가 관심을 모으면서 재벌 문제가 다시 초점이 되고 있다.재벌개혁은 우리가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국민들이 합의한 사항이다. 재벌의 방만한 경영이 IMF 체제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 모두가 견해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재벌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을 가져왔던 주역답게 변화에 있어서도 '압축적'이었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재벌이 진정으로 변했다고 믿는 국민들은 별로 많지 않다. 재벌 개혁의 핵심이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의 변화라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이다.

김우중 전 회장의 경우에서 보듯 재벌 총수는 말 그대로 '황제'다. 그룹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자기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선 회사가 자기만의 것이 아닌데다 경영의 실패는 그 기업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대우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민들이 재벌 총수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K그룹의 소유 및 지배권이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 이어 재계 4위인 SK그룹 후계구도가 마무리됐다.

㈜SK글로벌은 지난달 말 SK㈜ 주식 1,469만9,169주(11.4%)를 SKC&C, SK건설 등 계열사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식매각에서 SK글로벌은 SK계열 비상장사인 SKC&C에 SK㈜ 주식 269만주를 팔았다. 이로써 SKC&C는 SK㈜ 지분 2.13%를 추가 확보, 총 10.84%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지주회사로 등장했다.

최 회장은 SKC&C를 통해 SK㈜와 SK텔레콤, SK해운, SK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확보했다.

그룹 승계 과정에서 최 회장이 들인 돈은 SKC&C 주식 매입자금 410억원을 포함해 전환사채와 비상장 주식 거래대금 1,8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회장의 이 같은 과정은 삼성그룹 이재용씨의 에버랜드(지분 25.1%) 경영권 확보를 통한 삼성 주요 계열사 장악과 너무 비슷하다. 일부에서 '재벌 세습'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최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재벌은 경쟁력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10~15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

e비즈니스로 대변되는 신경제 시대에 재벌이란 구체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지식ㆍ기술기반 사회인 21세기에는 '재벌'이란 단어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소위 '재벌 소멸론'이다.

삼성의 이재용씨는 다음달 삼성전자 주총을 전후에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 하바드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그는 현재 보직이 없는 삼성전자 부장 직책을 갖고 있으며, 삼성 계열사로 편입된 e삼성 최대 주주로서 이 회사 경영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재벌은 이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과정에 있다. 상속 과정에 문제가 없는 가는 법이 판단할 것이다. 또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와 세습경영의 관행이 양립할 수 있는 가의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에 새로운 총수의 등장은 재벌 개혁의 현 주소를 생각케 한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그리고 제대로 가고 있는가. 재벌 2세들은 어떤 의미로 '재벌 소멸론''경영권 불세습'등을 말했을까. 아직은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지만, 우선 그들에게서 세습 황제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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