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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분식회계 원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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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분식회계 원하는 사회

입력
200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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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최근 "9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398개 기업의 회계보고서를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524개사(37.5%)가 부채 감추기, 자산 부풀리기 등 회계장부를 변칙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었다"고 밝혔다.이는 대우그룹(약 23조원)과 동아건설(약 7,000억원)를 비롯해 분식회계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분식회계가 성행하면 결국 잘못된 재무제표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선량한 일반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분식회계는 고의적으로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자산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회계장부를 허위나 가공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식회계 수법으로는 기말재고자산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실제 재고는 100억원인데 장부에는 500억원으로 계상함으로써 매출원가 400억원만큼 이익을 늘리는 방법이다.

제품을 팔지도 않고 허위로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수익과 매출채권을 동시에 부풀리는 방법도 있다.

또 장기간 받지 못한 매출채권은 회수가능금액을 감안하여 대손충당금을 계상하여야 하는데도 매출채권의 1%에 해당된 금액만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세법규정을 악용하여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함으로써 이익을 늘리기도 한다.

퇴직급여충당금은 전종업원의 퇴직금 전액을 충당하여야 하는데도 세법상 40%만 충당해도 비용으로 인정되는 점을 감안하여 과소계상함으로써 그 금액만큼 이익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밖에 당기비용으로 처리된 금액을 연구개발비에 과대계상하거나 기업 인수합병과 구조조정과정에서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분식회계가 성행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산업정책에 따라다니다 보니 투자한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서도 투자를 계속하기 위하여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내는 악순환의 시스템을 유지하게 됐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위한 요식행위로 기업이 당기순이익을 많이 낼것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분식회계를 통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우리사회가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경영자, 주주, 정부, 금융기관 모두가 사실상 분식회계를 원해왔다고 볼 수 있다. 노조 또한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많은 이익이 계상되어야 하므로 분식회계를 묵인한다.

따라서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실한 회계정보를 요구하고 기업들이 감사의 실효성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둘째, 금융기관이 정부의 인위적인 산업정책에 따라 대출결정을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현금흐름과 미래의 수익성을 분석하는 등 여신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 상장법인들의 내부 상임감사의 자격을 공인회계사로 제한하고,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상임감사에게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이는 단계적으로 코스닥 등록기업에게 확대 적용해야 한다.

넷째,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동시에 부실감사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감사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

다섯째, 감사대상법인의 약 85%가 12월 결산법인이기에 매년 2월 한달에 감사가 몰리니 외부감사인은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부외부채가 있는지, 재고자산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따져볼 시간이 없다. 따라서 매월 2월에 감사가 집중되지 않도록 분기별 감사제도로 전환하여야 한다.

끝으로 정보이용자가 부실감사에 대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문화가 활성화함으로써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를 막을 수 있다.

이양현 중앙대학 회계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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