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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기념관 '미와 여성'展 / '美'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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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기념관 '미와 여성'展 / '美'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입력
200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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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이고 영원한 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 보들레르의 말처럼 현대 미술에서 미(美)의 개념은 변덕스럽기 그지 없다. 어제의 미가 오늘은 추(醜)로 인식될 정도로 미의식은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다.1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백상기념관(724-2236)에서 열리는 '미와 여성'전은 이러한 모더니즘 미학 속에서 꾸준히 정체성을 탐구해온 여성 작가들의 자기 표현이며 주장이다.

지난해에 이은 두번째 전시회로, 김보희 심경자 박지숙 서희선 이숙자 원문자 장지원 오낭자 홍정희 등 국내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여성 중진ㆍ중견 미술가 12명이 참여했다.

전시회를 기획한 유재길 홍익대 교수는 "꽃이라는 모티프와 생명이라는 사실적, 추상적 표현에 몰두해온 여성 작가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한결같이 한국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회화에서 자신의 조형언어를 분명히 내세워온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이숙자 고려대교수, 김보희 이화여대교수, 장지원 안양과학대교수, 오낭자 동아대교수, 노숙자(전업작가)씨는 꽃과 생명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자연주의적 화풍에 담아 보여준다.

원문자 이화여대교수, 심경자 세종대교수, 홍정희(전업작가)씨는 같은 주제를 복잡한 구성과 다채로운 색채로 추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젊은 작가에 속하는 박지숙 서희선 이창분씨는 꽃이나 생명을 주제로 하면서도 '전통과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준다.

유재길 교수는 "원문자 심경자 홍정희씨는 꽃이나 식물이라는 한가지 모티프만을 갖고 무려 30년동안 깊이있게 추상화해 온 작가들"이라면서 "화단의 무관심 속에 여성작가들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웅크리고 지내기 쉽지만, 이들은 결코 사회적 굴레에 굴복하지 않은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1970, 76년 국전 국무총리상과 대통령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원문자씨는 한지에 채색한 '무제'로 생명의 경이를 노래하며, 심경자 세종대 교수는 '카르마(Karmaㆍ인연)'라는 작품을 통해 미의 근원과 인간 관계를 짚어본다.

96년 석주미술상 수상작가였던 홍정희씨는 유화 '탈아'를 통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가꿔온 이미지를 담았다.

유 교수는 "끝까지 자기모습을 지켜나가는 여성작가들이 사실 많지 않다"면서 "신표현주의 경향의 젊은 작가 작품을 보면서, 앞으로 이들의 작품은 더욱 자기 성격을 강하게 내세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숙자 작 '가을 해바라기'.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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