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 외무장관 회담은 한국의 외교 당국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부시 새 행정부 외교 책임자들은 정부 출범 18일만에 워싱턴을 찾은 동맹국의 손님을 따뜻하게 맞았다.45분간으로 잡혀 있던 회담이 1시간15분 동안의 조찬 회담으로 바뀌고, 회담 후 다른 국가와의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언론 공동발표문도 나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경기 동두천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한국민에 대한 '애정'을 얘기했다. '혈맹' '공조' '지지' '지원'은 회담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단어였다.
'햇볕정책'의 비판자로 전해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도 이정빈(李廷彬) 장관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미국은 결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와 우리 정부 사이에 대북 정책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반응은 우리 외교 당국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되돌아보면 당연한 부분이 많다. 사석에서 나눈 몇 마디나 몇 몇 유력인사들의 얘기를 토대로 호들갑을 떨었던 국내의 경박함을 교정시키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회담에서 북측의 태도 변화에 대한 평가와 대북 상호주의 적용 등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이 같은 미국의 침묵을 대북 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가 해소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일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 차분하게 미국과 대북정책 공조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김승일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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