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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 원경환의 '흙의 인상'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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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 원경환의 '흙의 인상'展

입력
200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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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너의 것, 너의 집은 나의 것' 전시회에서 은박지로 덮였던 로댕갤러리의 벽이 이번에는 흙으로 발라진다.16일부터 시작하는 중견 도예작가인 원경환 홍익대교수의 '흙의 인상'전은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도심 빌딩 숲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흙을 소재로 하여 메마른 도시인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 주는 전시회이다.

원경환은 단순한 용기나 제작하는 도공이 아니다. 흙이 지닌 물성(物性)을 탐구하는 실험작가인 그는 '가공되지 않은 흙의 본래 느낌' 을 현장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폭17m, 높이9.5m의 거대한 유리창 전면에 흙을 바르고, 공간에는 5m 높이의 흙기둥 18개를 세워 관객들이 고대 신전의 열주 같은 기둥 사이를 옮겨 다니며, 흙이 마르면서 갈라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불규칙적인 질감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흙 벽면 틈새로 비치는 빛은 독특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또 하나 그의 주요 작업은 흑도소성(黑陶燒成)기법의 작품들이다. 그는 원형 혹은 사각 추상형태의 오브제를 가마에서 구워낼 때 유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본래의 질감은 코팅된 채 반질반질한 표면이 만들어 지지만, 그는 유약 대신 장작에서 생기는 그을음을 흡착시켜 검은 빛을 띠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의 오브제는 흙의 살아있는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작품이다. 우리 선조들이 떡시루나 기와를 만들 때 사용했던 소성기술도 바로 이것이다.

철이나 나무 등을 결합, 전통의 변용도 꾀해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흑도소성 기법을 이용한 오브제 21점이 선보인다.

삼성미술관 박본수 학예연구관은 "흙은 유사 이래 건축물의 주요한 재료였지만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라면서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후 1,3시 전시설명회가 열리며 24일 오후 2시에는 큐레이터와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전시기간중 격주로 목요일 음악회가 장일범씨 진행으로 펼쳐지며, 3월 13일에는 작가 스튜디오 탐방행사도 있다. (02)750-7838

작품 '흙의 인상'옆에 선 작가 원경환씨.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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