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세종문화회관 총감독 이종덕(李鐘德·66)씨다. 그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립발기인대회를 갖는 '낭만파 클럽'의 산파역을 맡아왔다. 그는 '낭만적'인 사람들을 모아, '낭만파 클럽'을 만들고 '낭만적인 생각'이 사회에 넘쳐 나도록 사회운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낭만이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 조차 진부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낭만파 모임을 만든다니! 정말 낭만적이거나, 실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낭만파클럽이라니 시대 흐름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사람이 맣을 것 같습니다. 낭만이란 말도 사전에서나 볼 수 있지. 입에 올리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까?
"세상이 각박하니까 덜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낭만적인 생각을 확산시켜서 사회를 정화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낭만이란 무엇입니까. 몇 해 전 가수 최백호가 불러 반짝 유행했던 "낭만에 대하여"의 가사가 전하는 그런 분위기가 낭만입니까?
"정의를 내리기 힘들지요. 예전에는 술먹고 노는게 낭만이라고 생각들 했지만 지금은 아닌거 같고‥. 사실 우리도 낭만의 정의가 뭐냐를 놓고 오래 고민했는데 뚜렷이 이거다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정직하게 사는게 낭만적 삶이라고 하자, 이렇게 정리했지요." (그가 말하는 우리란 낭만파클럽을 준비해온 준비위원 20여명이다. 그들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낭만파클럽의 생각을 사회운동화하려고 자주 모여왔던 사람들이다.)
"정직함·봉사등이 낭만 술마시고 노는건 구식"
-낭만과 정직이라, 어울리는 조합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직하게 살자는 것이 사회운동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도 그 비슷한 운동이 많았는데 제대로 된 것이 없지 않습니까. 또 그런 운동이라면 낭만파보다는 다른 이름이 낫지 않나요?
"그래서 거창하게 조직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무엇을 하자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스로 낭만적으로 살겠다는 사람들끼리 자주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의 생각이 확산될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이것좀 보시오. 이게 우리 슬로건인데 이 중 3분의 1만 자기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낭만파 될 자격이 있어요."
그가 내보여준 건 '낭만파 슬로건'이라는 제목에 20개 항목이 적혀있는 쪽지였다.
그는 이중 첫번째 '따지지 않는다'와 '차라리 내가 손해 본다'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두가지가 자신의 생활태도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다른 항목은 따지지 않아도 낭만파클럽 회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긴 '식도락을 즐긴다', '멋도 부릴 줄 안다', '교제의 범위를 넓힌다'와 같은 항목이 각박한 세상을 정화하는데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니 이 슬로건은 그가 말한 대로 '술 먹고 노는' 옛날식 낭만파와 그들이 새로 내린 낭만파의 정의가 뒤섞여 있는, '낭만적' 슬로건이라고 하겠다.
"사회단체 이름 딱딱하면 사람들 관심 덜할테고…"
그는 두 가지마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따지지 않는다는 것과 차라리 손해 본다는 건 남을 배려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봉사하는 자세지요. 그러려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니 사회가 밝하지지 않을 수 없지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낭만파클럽'이 무얼 하려는가 짐작이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낭만파클럽'이라는 이름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낭만파라는 이름 대신에 다른 이름이 뜻을 펴기에 더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낭만파라고 해야 사람이 더 많이 모일 것"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도덕재무장을 위한 모임'이나, '바른 삶을 위한 모임' 혹은 '정의 사회구현을 위한 모임'과 같은 딱딱한 이름으로 시작하면 관심이 적을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사람들의 본능에는 남을 도우려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세상이 어려워 생각들이 굳어져서 그렇지, 남을 돕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사람들을 낭만파라고 한들 어떻습니까?"라는 반문이 이어졌다.
- 낭만파 클럽이 발족한다는 보도가 작년 11월부터 나왔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습니까?
"호응이 많아요. 이번 창립발기대회도 처음엔 150명 정도가 참여할 거로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400명이나 오겠다고 통지를 해왔어요. 그래서 장소도 세종문화회관 소연회장에서 대연회장으로 옮겼습니다." 그는 우선 서울에서 발기대회를 갖고 지방에서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주 모여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신들의 생각이 퍼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발기대회 400명 신청 젊은층 반응도 괜찮아"
-따지지 말자. 차라리 손해를 보자. 이런 식으로 산다면 생활인이 될 수 있을까요. 손해를 보고 살겠다는 사람이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요즘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요.
"그런 측면이 있지요. 지금 오겠다는 사람들도 대체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경제적 여유는 없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우리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을 거에요. 그게 바로 낭만파지 뭐."
- 사회운동이 되려면 젊은 층이 많아야 하는데 어떻습니까. 젊은 층의 반응도 있습니까?
"사실 우리가 말하는 낭만파는 어떻세 보면 아날로그적인 것이지요. 그래서 젊은이들 호응은 바라지 않았는데 문의 전화 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30대 초·중반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낭만파클럽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어와요. 디지털시대라고 하지만 느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지요. 그걸 보면 낭만파클럽이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당신은 정말 낭만파입니까'하고 물어보았다.
"암 나야말로 낭만파지요. 술 마시고 노는 것도 잘하니까 옛날식 낭만파도 되지만 우리가 말하는 낭만파도 돼요. 정말 따지지 않고 차라리 손해 보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내가 낭만파가 아니면 누가 낭만파겠어?"라는 자신만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낭만파 슬로건
1. 따지지 않는다.
2. 차라리 내가 손해본다.
3.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4. 사랑과 정을 함께 나눈다.
5. 조건없이 서로 돕는다.
6. 문화 예술 스포츠를 사랑한다.
7. 멋도 부릴 줄 안다.
8.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한다.
9. 다 방면에 많은 지식을 습득한다.
10. 식도락을 즐긴다.
11. 교제 범위를 넓힌다.
12. 국제적 감각을 갖춘다.
13. 남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다.
14. 위트와 유머 감각을 즐긴다.
15. 절대로 남의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16. 칭찬을 많이 한다.
17. 지갑을 보고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18.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19.비록 혼자있어도 황혼을 즐길 줄 안다.
20. 후진을 아끼고 건전하게 이끈다.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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