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 사업자 선정 작업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포항제철의 불참 선언 이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이 출연금 대폭 삭감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사업권을 신청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출연금 삭감 새 변수
하나로통신은 9일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퀄컴 관계자 등과 만나 13일까지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조1,5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2,200억원으로 삭감해줄 것을 정보통신부에 건의키로 합의했다.
한국통신프리텔 등이 올해 본격 제공할 IS-95C 서비스가 곧 동기식 초기 서비스인 만큼 동기 사업자의 출연금은 PCS 업체 출연금(1,100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기존 사업자에 대해 고속데이터통신(HDR) 등 동기 계열의 진보된 서비스 제공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비동기 서비스를 미루고 IS-95C와 HDR에 주력할 경우 동기 사업자는 설 땅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난감한 정통부
석호익(石鎬益)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이에 대해 "출연금 삭감은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정통부 관계자도 "장관이 이미 여러 차례 출연금 삭감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데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저촉, 비동기 사업자의 반발 등 때문에 번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HDR 서비스 제한에 대해서도 "기술 발전에 따라 진보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대안인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동기식 사업자 선정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정통부는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컨소시엄 구성 난항
출연금 삭감이 이뤄지더라도 사업권 신청 시한(26~28일)이 불과 보름 밖에 남지 않아 사업 능력을 갖춘 컨소시엄이 구성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LG는 9일 모임에 아예 불참, 참여 의사가 없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옵서버'로 참석했으나 합의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LG 관계자는 "일부 장비업체의 '5% 미만 소액지분 참여 고려' 발언은 정통부의 참여 압력에 대한 완곡한 거부의 표시"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들의 참여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퀄컴측은 '동기식 컨소시엄 추진위'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지분 참여는 컨소시엄 구성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 버라이존도 "사업성을 좀더 따져봐야겠다"며 입장 표명을 마냥 미루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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